미국 반도체 업계가 2030년까지 6만7000명의 산업 인력 부족에 허덕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와 기업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지만 전문 인력 부족으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2030년까지 미국에 11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현재 학위 수여율을 감안하면 6만7000개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국내 반도체 공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반도체 팹을 유치해 현재 건설 중이고, 인텔 역시 미국 내 신규 팹 건설과 증설을 진행 중이다. 미 정부는 반도체 팹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한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SIA는 이같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반도체 업계 총매출이 2030년까지 1조달러(약 1280조원)로 증가해 2020년의 두배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미 정부 계획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컨설팅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조사 결과, 2030년 반도체산업에 46만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추세로는 6만7000개 일자리가 부족한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과 공학, 수학, 기술 등을 공부하는 미국인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이런 기술을 보유한 타국민들은 미국을 떠나고 있다고 SIA는 지적했다.
SIA는 미국 대학 공학 석사 졸업생 50%, 박사 학위 소지자의 60%가 다른 국가 국민이며, 석사의 80%, 박사의 25%가 자의 또는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는 이민정책 때문에 미국 밖으로 나가고 부연했다.
실제 반도체 인력 부족으로 미국의 반도체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만 TSMC는 지난주 숙련노동자 부족으로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을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존 뉴퍼 SIA 회장은 “현재 5500억달러의 산업 규모가 1조달러로 확대되면서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세계 유수의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 확보를 위해 이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더 많은 학생이 관련 전공을 선택하도록 유인하고 업계도 관련 기술을 가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