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전경련'으로 부르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61년 8월 설립된 경제단체다. 초대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다.
전경련은 인터넷 홈페이지 안내글에서 주요 산업의 개발과 국제경제 교류 촉진을 설립 목적으로 소개한다. 주요 활동은 정책·행정 및 제 법규의 공정한 의견제시, 민간경제외교, 기업경영의 합리화, 과학기술 진흥 등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전경련은 50년 넘게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정경유착 논란에 휩싸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제계에서 위상이 수직으로 하락하고, 국민 사이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금도 400개 넘는 회원사를 보유했으나 정작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사는 회원사 명단에 없다.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이대로 쇠락하는 듯했으나 현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경련 역할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사라졌던 전경련 응원의 목소리도 조금씩 되살아났다.
때맞춰 전경련도 반전 카드를 꺼냈다. 올해 2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전면 쇄신을 선언했다. 이후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 변경을 비롯해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혁신안이 나왔다. MZ세대를 겨냥한 국민소통 프로젝트도 진행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제 관심은 4대 그룹 재가입으로 쏠린다. 전경련 역시 조직 쇄신의 마지막 조각을 4대 그룹 합류에서 찾는 분위기다. 이미 재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은 전달됐다. 4대 그룹의 결정만 남았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 맞춰 재가입을 성사하고 싶지만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 여론에서도 4대 그룹이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시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분위기가 급반전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총수의 결심만 서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전경련으로서도 모처럼 마련된 모멘텀을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만큼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4대 그룹 재가입이라는 대형뉴스거리에 매달린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지금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은 전경련의 혁신이다. 4대 그룹 합류가 전경련의 혁신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4대 그룹이 발길을 돌린다고 전경련의 혁신 작업이 수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외부 힘에 기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혹여라도 4대 그룹 합류에 정치권 영향력이 미친다면 언제 다시 제2, 제3의 재탈퇴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
4대 그룹 참여와 관계없이 공들여 만든 혁신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전경련은 이제 편안하고 익숙한 길이 아닌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전경련이 외부 변수에 연연하지 않고 내부 혁신을 향한 길을 묵묵히 가길 바란다.
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