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전망이다. 첫 경쟁 입찰에서 발전사업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입찰 물량의 6배에 육박하는 물량을 제시했다. 새로운 제도를 기다리던 연료전지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결과로 분석된다. 빠르면 2025년부터 수소로 생산한 전력이 대규모로 공급되며 수소경제 기반이 본격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8일 '2023년 상반기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경쟁입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번 입찰 경쟁률은 물량기준으로 5.9대1이다. 이번 입찰 물량이 650GWh인 점을 감안하면 약 3800GWh에 이르는 물량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 또는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구매·공급하는 제도다. 산업부는 지난 3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보조하던 수소발전을 별도 입찰시장으로 분리한 바 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추출·부생수소 등 그레이 수소 사용을 허용한 '일반수소 발전시장'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추후에 없애는 그린·블루 수소를 대상으로 한 '청정수소 발전시장'으로 나뉜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올해 상반기 일반수소 발전시장에 대해 우선 입찰을 실시했다. 수소발전 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기대한 연료전지 사업자들이 입찰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2020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수소발전 만을 위한 입찰제도인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제도 명칭을 바꾸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 등을 거쳐 3년 만에 입찰을 시행했다. 그동안 연료전지 사업자들은 발전사업허가만 받은 뒤 실제 연료전지를 준공하지 않고 대기했다. 대기중인 연료전지 설비용량만 6.3GW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사업자들은 40㎿ 이하 소규모 분산전원으로 다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입찰평가 항목 중 분산전원 특성, 계통수용성 등에 높은 점수를 배분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연료전지가 수도권 등 전력수요지 인근에 건설되고, 저압 송전선로를 활용하면 높은 배점을 받는 구조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이달 안에 올 하반기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을, 내년에는 '청정수소 발전시장' 입찰을 실시한다. 입찰에 선정된 사업자는 계약체결일부터 2년 안에 상업운전을 시작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수소로 생산한 전기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한편 연료전지 대기물량이 여전히 많아 향후에도 치열한 입찰 경쟁이 예상된다. 또 발전사업자 간 경쟁으로 수소발전 단가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