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원투수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낙점됐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다년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이끈 김 후보자가 KT 경영시계를 돌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빠른 시일내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줄 것도 주문했다.
김 후보자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는 임직원 사기 진작과 조직 안정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 공백이 길어지고 검찰 수사 등 외부 리스크로 인해 조직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면서 “구성원 사기를 북돋우면서 외풍을 헤쳐나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지금 KT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분위기 일신”이라며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일치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내부 비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쇄신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DX) 리더십 기업으로 도약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전산화 지원을 넘어 컨설팅 역할까지 수행하며 산업 DX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LG CNS 같은 시스템통합(SI) 기업”이라며 “KT가 통신 인프라 기업을 넘어 DX 리더십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역햘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통신사는 네트워크 측면에서 전송 영역에 서비스 모델이 국한돼 있다”면서 “LG CNS는 서비스 패키지화에 특화된 곳인 만큼 전송과 솔루션을 패키지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김 후보 이력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연구위원은 KT가 국내 미디어 산업 부흥을 위한 선도적 투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며 국내 미디어 산업이 쇠락의 분수령에 와있다”면서 “KT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몇 안되는 주요 미디어 사업자인 만큼 과감하게 투자해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디어 산업은 투자 회수기간이 길고 수익화 리스크가 큰 업종”이라며 “김 후보가 단기적 숫자보다는 글로벌 관점의 문화 산업 육성 측면에서 긴 호흡으로 장기적 투자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업인 통신업 경쟁력 강화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신 교수는 “네트워크와 비네트워크간 투자 균형추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도 새로운 CEO가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면서 “당장의 수익 창출에만 집중한다면 급변하는 통신 산업 구조 속에 위기를 뚫고 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풍에 흔들렸던 과거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세우는 역할도 필요하다. 경쟁사 출신이 KT 대표로 오는 것에 대한 조직 내부 반발과 사기 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전문가 모두 기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새로운 조직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일부 반발이 있을 수는 있어도 취임 후 있을 향후 KT 발전 전략 발표 내용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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