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이 디스플레이 업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완성차 기업의 적극적인 차량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탑재 행보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TV 등 전통적 디스플레이 수요 시장 대비 높은 성장세가 주목된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내준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OLED 채택이 가시화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 벤츠, 포르쉐, 테슬라, 아우디, 페라리 등이다. 기존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CD가 대세였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차를 대상으로 OLED 적용을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OLED는 LCD 대비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휘어지거나 구부릴 수 있어 디자인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전력 효율도 좋아 자동차 전동화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많은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OLED 패널을 차량에 적용하는 배경이다. LCD 대비 짧은 수명이 문제였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은 '투스택 탠덤'과 같은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 투스택 탠덤은 발광층을 2개 쌓아 화면 밝기는 2배, 수명은 4배 확대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침투율이 빨라지면서 시장은 빠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총 148만장으로 2027년에는 917만1000장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4년만에 시장이 6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4%와 13% 연평균 성장률이 예상되는 OLED 스마트폰이나 TV 패널 시장 대비 성장세가 가파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차량 내부 정보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확대되면서 대화면·고성능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의 기대감이 크다. 이미 조단위를 넘는 수주금액을 확보한 패널 업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 연구개발(R&D)과 생산능력 확보에 집중 투자 중이다. 자동차는 스마트폰(2~3년)보다 교체주기가 길지만, 한번 납품에 겅공하면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이나 TV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이라 디스플레이 업계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차량용 OLED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격차를 벌려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을 핵심 시장으로 손꼽힌다.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전환되면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중국이 42.5%로 1위를 차지했지만, OLED 시장만 보면 한국이 81.3%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우리 기업이 차량용 OLED 시장을 선점하면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자동차 업계가 주행정보 뿐 아니라 영화 등 콘텐츠를 하나의 화면에 담으려는 수요증가로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점차 대형화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서 디스플레이 대형화는 곧 수익성 확보로 연결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성 확대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