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추다(대표 김원진)는 시각장애인이 문화유산·미술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품을 복원·체험이 가능하도록 제작한다.
김원진 대표의 창업은 한 시각장애인이 겪은 실제 사연에서 시작된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대영박물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비너스 상이 눈앞에 있다는 얘기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박물관 경호원이 “왜 유물을 만지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고 답했다. 경호원은 그 말에 “저는 당신의 볼 권리를 막을 수 없다”며 다른 유물도 만질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유물을 만지고자하는 의지를 읽었고 박물관의 배려에도 감동했다.
고고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이 때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져서 감상하는 박물관을 만들자고 창업을 결심했다.
기업명 '비추다'는 '시각장애인의 문화적 경험을 색다른 방법으로 비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명의 직원은 3D프린팅, 입체 복사 등 기술을 활용해 문화재 모형을 제작한다. 장난감 같지 않고 실제 유물과 비슷한 촉감 재현을 위해 3D 프린트 모형 겉면에 흙이나 청동 등 문화재 외관과 최대한 유사한 감촉을 입힌다.
비추다는 경상도에 위치한 지역기업 특성에 맞게 가야 시대 문화재 모형을 주로 제작했지만 최근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다른 문화재도 제작한다.
비추다는 문화재 및 유물 모형 제작과 함께 제작한 문화재와 유물 모형을 활용해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경상북도 고령의 유니버설 문화재 공간 구축에도 힘을 보탰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 사업에 참여해 경북 고령군에 '대가야에 닿다' 촉각체험공간을 구축하고 만들기도 했다. 또 직접 만들어보는 유물 제작 활동을 비롯해 암전 체험, 예절 체험 등도 함께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춘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암전 박물관'을 만드는 게 비추다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깜깜한 박물관 안에서 직접 유물을 만지고, 실컷 떠드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암전박물관에서 활동할 시각장애인 역사해설사를 키우는 것 또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라며 “시각장애인에게 유물을 관람하고 알아가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새로운 일터를 제공한다면 장애인 인식개선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