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미국 오픈AI가 GPT 서비스 버전업을 한 번 할 때마다 4~5조원씩 투자한다고 하는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연간 매출이 7~8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따라가기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드물게 포털 서비스 주권을 지켰던 경험, 한국인과 기업들의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빠른 속도 등 잠재력이 발휘된다면 어느정도 가능성은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
국내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토종기업들이 하반기 생성형 AI 발표를 앞둔 상황을 이렇게 솔직하게 평가했다. 해외 빅테크들의 초거대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규모가 너무도 미약하다는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투자를 따라가겠다고 한도끝도 없이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이 좀 넘는 네이버가 지난 2017부터 지금까지 AI 기술개발에 총 1조원 이상 투자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어디에 가도 자국의 언어로 자신들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 포털과 검색 서비스는 네이버와 다음이, 메신저는 카카오톡과 라인 등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그만큼 특수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
그 연장선으로 토종 플랫폼 기업이 초거대 생성형 AI 개발과 서비스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한다. 해외 빅테크에 비해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초거대 AI 기술이 한글과 한국 문화에 적절히 결합된다면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지금까지는 없었던 생산성 향상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달 말 공개하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가 생산성 도구로 활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네이버는 2021년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에서 세 번째로 발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여러 서비스에 적용하며 생산성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네이버의 결과물은 국내 초거대AI의 수준과 나갈 방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카카오도 유사한 접근으로 오는 10월경 새로운 초거대 AI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의 도전도 우리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초거대 AI는 IT 업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토종 기업의 AI 기술이 적극 개발돼,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서비스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전반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하라고만 해선 안된다. 정부와 사회도 우리 기업의 도전에 정책적 지원과 응원을 함께 해줘야 할 것이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