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혁신기술 '후면전력공급' 꺼낸다

전 세계에 구현 사례 없어
2027년 1.4나노 적용 계획
전력선, 웨이퍼 뒷면에 배치
효율·반도체 성능 동시 향상

실리콘 웨이퍼 예시 ⓒ게티이미지뱅크
실리콘 웨이퍼 예시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반도체 구조 패러다임을 바꿀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상용화한다. 후면전력공급은 반도체를 작동시키는 전력을 웨이퍼 뒷면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전 세계 구현 사례가 없는 혁신 기술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후면전력공급 기술 상용 일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기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2027년 1.4나노(㎚) 공정에 BSPDN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BSPDN을 개발하고 있다는 건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상용 시점과 적용 대상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기술 개발에 상당한 진척을 거뒀으며,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특성상 고객사와의 BSPDN 탑재 논의가 진전돼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면전력공급은 지금까지 적용 사례가 없는 혁신 기술이다. 반도체를 구동하려면 전력이 필요한데, 기존에는 회로가 그려진 웨이퍼 상단에 전력 공급선이 함께 배치됐다. 공정상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러나 회로가 미세화하면서 회로와 전력선을 한면에 새기기 어려워졌다. 또 회로 간격이 좁아지면서 간섭이 발생하고 이는 반도체 성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후면전력공급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전력선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 회로와 전력 공급 공간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전력 효율과 반도체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업계가 기술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오스트리아 이브이그룹(EVG) 등이 BSPDN 구현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후면전력공급 적용 시점과 대상은 2027년 1.4나노 공정이지만 시장 요구에 따라 일정은 당겨 질 수 있다. 삼성은 수요가 확보되면 2나노 공정에도 BSPDN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 시점은 고객사 일정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보다 앞서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후면전력공급 기술 적용에 대한 고객 수요 조사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후면전력공급 계획을 수면 위로 드러내면서 기술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파운드리 업계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삼파전이 유력하다. 후면전력공급 기술에 가장 앞섰다고 평가되는 인텔은 내년에 해당 기술을 적용,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2나노급으로 알려진 인텔 20A 공정이다. 인텔은 후면전력공급 기술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파워비아'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도 만들었다. TSMC 역시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TSMC는 2026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