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묵직한 내공의 최재림, 팝페라가수 출신 송은혜 등의 활약과 함께 13년만의 서울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서울' 무대를 취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제작 에스앤코)은 끔찍한 외모의 오페라의 유령이 순수한 영혼의 크리스틴에게 반해 펼치는 광기 어린 순애보를 담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이다. 이번 서울공연은 지난 6월 종연된 부산공연 이후 1개월만에 열린 세 번째 한국어 프로듀싱 공연이다.
취재당일 무대는 첫 유령활약에 나선 최재림과 부산공연부터 활약했던 송은혜 등의 주연 캐스팅과 함께, 극장 특유의 몰입감있는 공간배열과 사운드구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틱한 무대전개로 객석을 감동시켰다.
무대 측면에서 본 '오페라의 유령' 서울은 극적 몰입감에 집중한 체계적 무대였다. 객석과 가까운 위치의 무대조건과 함께, 메인 오브제라 할 샹들리에 포인트를 중심으로, 탈의공간·지하미궁 등의 거대한 무대프레임들을 짜임새있게 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스케일의 부산공연 못지 않은 몰입감을 주는 것이 돋보였다.
또 사운드 측면은 공연의 핵심효과로 보였다. 서라운드 스피커를 활용한 다채널 사운드 표현은 극 중 유령의 캐릭터를 다채롭게 느끼게 함은 물론 무대 위 배우들의 대사들을 또렷하게 들리게 하면서 극적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배역측면에서의 '오페라의 유령' 서울은 '깊고 진한 뮤지컬향'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 2009년 '렌트'로 데뷔한 이후 14년간 다양한 뮤지컬 역작에서 활약한 최재림의 첫 유령 연기는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탈의실부터 지하미궁으로 이어지는 첫 메인신부터 유령으로서의 비주얼을 들켰을 때의 절규, 인터미션 직전의 토로하는 듯한 가창신, 피날레를 장식하는 후반부 미궁신까지 선굵은 음색과 맞닿는 무게감 있는 동작들은 뮤지컬의 정석이라 불릴법한 완벽한 면모로 다가왔다.
이는 묵직한 캐릭터 서사를 하나하나의 섬세한 생동감으로 나눠 보여준 부산에서의 조승우 표 '유령'에 비해, 캐릭터 전반에 담겨있는 외로움과 절규의 서사를 깊고 묵직하게 이끌고 나가는 최재림 표 '유령' 표현법을 가늠케 한다.
크리스틴 또한 조금은 다른 면모다. 부산공연 속 손지수 표 크리스틴의 모습은 클래식 계통에서의 막강한 명성과 초연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더해진 풋풋함에 가까웠다면, 송은혜의 크리스틴은 팝페라가수이자 뮤지컬배우로서의 무대소화력을 더한 좀 더 능숙한 러블리감이 돋보였다. 특히 유령(최재림 분)·라울(송원근 분) 등 두 주연과의 개별호흡이 주는 경쾌한 러블리감은 관객들을 미소짓게 했다.
이밖에 공연장 오너 역의 윤영석(무슈 앙드레 역), 이상준(무슈 피르멩 역), 김아선(발레지도자 마담 지리) 등의 대립이나 유령·라울·크리스틴 세 주연이 붙는 무덤 신 등 갈등국면은 서사 자체로의 몰입감과 음색조화를 동시에 느끼게 하며, 그동안 더욱 단단해진 무대호흡을 가늠케 했다.
이처럼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프로듀서들과 함께 13년만의 한국어 공연이라는 의미를 온전하게 만들어가는 제작진, 실력파 배우들의 열정으로 완벽한 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유령 역의 최재림은 “뒤늦게 합류하는데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열정을 다해 도와주셔서 너무나 완벽한 연습을 하고 첫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하고 싶었던 역할인 만큼 아주 벅차오르게 공연했고, 이 기분 공연 끝날 때까지 잘 간직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은 오는 11월 1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상연된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