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신약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I 신약개발팀을 신설하거나 AI 기업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2019년 약 5개에서 올해 40개로 늘어났다. 4년 만에 8배 증가했다.
세계 AI 신약개발 시장은 매년 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신약개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6000억원 규모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는 AI 인력 확보에 나섰다. 종근당은 반기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신약개발본부장에 이소라 전 대원제약 전무를, 신약연구소장에 곽영신 전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소라 신약개발본부장은 내과 전문의로 한국MSD, 한국GSK, 노보노디스크제약, 한화케미칼, 한국애브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를 거쳐 대원제약 서울연구소 Clinical R&D 실장을 역임했다. 곽영신 신약연구소장은 노바티스의 바이오의약연구소 신약 개발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의약연구소,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을 거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의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 소속 위원이기도 하다.
종근당은 올해 AI 기술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웅제약도 AI신약팀을 신설하고 SK바이오팜 출신의 국내 컴퓨터 기반 신약 디자인 과정(CADD) 분야 전문가인 오경석 박사를 영입했다.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상반기 기준 51개나 된다. △온코크로스 △파로스아이바이오 △넷타겟 △닥터노아바이오텍 등이다.
제약바이오기업과 국내 AI개발사간 협업은 활발해지는 추세다. 온코크로스는 보령제약을 포함해 약물재창출 10건, 넷타겟은 삼성서울병원 포함 타깃 발굴 10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동아ST를 포함해 후보물질 발굴 17건 등 이달 기준 총 88건의 협업을 진행했다.
국내 AI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단계별) 현황은 15개 AI 신약개발기업, 총 104건(2023년 기준)이다. 후보물질 개발 71건, 전임상 26건, 임상 7건 등이다.
AI 신약개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AI 기업 주가 역시 고공행진이다. AI 신약개발주로 분류되는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5월 2일 7690원이던 주가가 17일 종가 기준 1만6000원까지 약 2배 이상 뛰었다. AI 의료 기업인 뷰노는 올해 들어 주가가 400% 이상 상승했다. 오스코텍, 지니너스 등도 오름세다.
정부와 산업계는 AI 신약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K멜로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관련 예산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심의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본부 관계자는 “경쟁기업 간 데이터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으로 신약개발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산업계의 AI 도입 및 활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