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중견 이상 상용소프트웨어(SW) 기업에 다수공급자계약(MAS) 적용 4개월을 앞두고 가격 비중을 낮춘 경쟁 기준을 발표했지만 중견SW 기업 우려는 여전하다.
◇기재부 승인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조달청은 MAS 도입으로 업계에서 우려하는 가격 출혈경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단계 경쟁에서 가격 비중을 낮췄다.
평균제안율과 가격하한율 등을 통해 실제 가격 비중은 더 낮아지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는 △기재부 승인 여부 △제3자 단가계약 대비 낮은 가격 △외산SW 기업과 경쟁을 여전히 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재부는 다른 산업과 동일한 규정으로 MAS를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MAS 제도 일관성에서 문제 삼지 않게 하려면 SW 산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이라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이 SW업계 건의사항을 반영해도 기재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결국 업계가 우려하는 가격 출혈경쟁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청이 업계 건의사항을 반영한 2단계 경쟁평가 기준을 발표했음에도 '제값받기'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중견SW 업계 관계자는 “우려했던 수준보다 가격 비중이 낮아졌지만 결국 MAS 제도는 제3자 단가계약보다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라며 “1~2%만 떨어진다고 해도 전체 SW 사업 규모를 보면 수익면에서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출혈 경쟁은 최소화됐어도 3자단가 계약 대비 출혈 경쟁은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SW 산업 육성 저해 비판도
2024년 1월 1일부터 제3자 단가계약(수의계약)은 중소SW 기업만 가능하다. 중견기업, 대기업, 외산기업은 MAS 입찰에서 공공 계약을 맺는다. MAS 제도는 1차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한 기업을 선별해 가격·성능 등을 두고 2차 경쟁을 하는 제도다. 업계는 중견SW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중견SW 기업은 대기업·외산기업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MAS 제도는 국내 SW 산업 육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외산SW 제품은 이미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MAS 도입으로 공공에서도 외산 제품이 비중이 높아지면 국내 SW 경쟁력은 뒤처질 수 있는 것이다. 평균제안율로 국내 기업과 외산 기업이 동일한 가격대가 형성되더라도 수요기관은 같은 값이면 결국 외산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7월까지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중견SW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국산SW만 공급하는 제한은 둘 수 없기 때문에 MAS 2단계 평가에서 선택항목에 국산 우호 조항을 넣는 정도로 조정한 상황”이라 답했다.
◇추가 유예는 어려워
업계는 MAS 도입 추가 유예 기간을 요구했지만 조달청은 MAS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상용SW는 다른 산업 대비 MAS 도입이 10년 이상 느리다. 그동안 상용SW는 1인 생산자로 경쟁이 어려웠다.
조달청은 추가적인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MAS 2단계 경쟁평가 최종 기준을 기재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1년 국회는 조달청에 상용SW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달청은 내부 검토 결과 이제는 상용SW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MAS 도입을 추진했다. 2021년 말 '상용SW 제3자단가계약 업무처리 기준'을 개정하면서 2023년 말까지 2년간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조달청은 올해 업계·협회와 5번 간담회를 열고, 한국IT법연구원이 7월까지 진행한 '상용SW MAS 전환관련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SW산업 특성에 맞는 MAS 제도를 구체화하고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