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있으면 친구의 생일이다. 워낙 차분한 스타일이라 어떤 것을 선물해 주어야 좋아할지 고민이 된다. 가방을 선물할까? 화장품을 선물할까? 어떤 것이 좋을지 온라인 쇼핑 앱을 통해 이것저것 살 만한 선물들을 찾아본다. '여름이라 시원한 리넨소재의 가방은 어떨까?' '파란색 가죽도 시원해 보이는데.' '가방 끈은 좀 두툼해야 안정감 있게 어깨에 멜 수 있지.'
온라인 쇼핑에 빠져든 지 15분이 지나간다. 그런데 문득 내가 찜해 놓았던 상품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방이었던 것이다. 15분 만에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가방을 내가 빠르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눈에 바로바로 보여 그걸 보면서 15분이 흐른 것인지 …
나의 모바일웹·앱 쇼핑 사이트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또는 평소에 자주 방문했던 브랜드의 광고가 많이 뜨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인지했다. 또한 자주 검색하고 사용했던 쇼핑 사이트에는 '나를 위한 쇼핑', '최근 찾아본 아이템', '최근 검색한 가방', '내가 방문했던 쇼핑몰'등 나를 중심으로 쇼핑이 몰려있게 만들었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이러한 기술은 알고리즘(algorism)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알고리즘은 시스템에 어떠한 규칙을 적용하여 연산 작용을 통해 결과가 나오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필자도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알고리즘을 이용한 서비스를 흔하게 접하게 된다.
유튜브의 콘텐츠를 이용해 봤다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대표적인 예시를 경험한 것이다. 먹방을 한 두어 번 검색하면 홈메뉴에서 쇼츠(shorts) 메뉴에서 다양한 먹방 콘텐츠를 스크롤 만으로도 바로바로 볼 수 있다. 인스타나 페이스 북에 올려진 이미지, 사용자의 글들은 그냥 여기서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타깃 광고로 활용되어 좀 더 쉽고 편하게 내게 보이게 된다.
또한 포탈서비스에서 키워드 검색을 하면 나오는 결과의 신뢰도, 정확도, 정보의 양은 점점 정교화되어 간다. 우리가 그동안 온라인으로 방출했던 많은 데이터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여러 정보를 연과 짓고 연산 과정을 통해 그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알고리즘 기반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는 사용자가 빠르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분명하다. 사용자에게 찾는 수고를 덜어주고 사용의 편리성 측면에서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 준다.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 중에서 이러한 사용성(Usability)은 매우 중요한 속성이며 알고리즘이 사용성을 향상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사용자 경험관점에서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이 정교해질수록, 사용자에게 맞는 연산을 입력할수록 내가 찾고자 하는 콘텐츠 및 상품들을 빠르게 결과 도출을 할 수 있지만 탐색의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누구나 탐색의 즐거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탐색이라는 그 자체는 바로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수반되며 좀 더 주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탐색을 하는 즐거움이 된다.
'어디를 가야 하나?',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 '이것이 맞는 상품인가?' 등의 생각은 탐색의 과정에서 생기는 물음이고 그리고 스스로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흘러가는 생각을 멈칫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체성이 부여된다. 필자가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가 종종 싫을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나의 주체적 행동(action)은 최소화되고 동일한 반복 동작 플리킹만 하는 나 자신을 인지할 때이다.
심리학 교수 존 폴민다(Jonn Paul Minda)는 이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점점 더 의사결정을 맡기는 알고리즘은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결국 우리가 알고리즘에 종속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불안감을 일으키지만 멈출 수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은 분명 사용자 경험과 사용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자동차 자율주행, 환자의 질병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과 예측, 챗GPT활용 등 다방면에서 알고리즘을 더 많이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럴수록 의사결정의 주체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사용성을 넘어 사용자 경험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 ux.teamplay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