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프라 구축·운영 주체는 민간 통신사다. 통신사는 이용자, 기업에게 통신상품을 판매한 수익을 인프라 구축·운영 비용으로 재투자한다. 회선 용량을 제공받은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시장 원리이자 질서다. 폭증하는 데이터트래픽을 수용해 인프라를 진화시켜나가는데 필수 요소다.
하지만 구글·넷플릭스 등 일부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시장지배력과 자체 인프라를 이유로 통신망 구축·운영의 필수 재원인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한다. 글로벌에서 통신사와의 갈등 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웨이브 등 토종 콘텐츠 기업과 역차별을 유발한다. ICT 생태계의 공정한 룰 셋팅을 위해서라도 망 무임승차 방지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중>ICT 생태계 역차별 심화
망 이용대가 불균형은 ICT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기존에는 통신사와 CP간 갈등이 부각되다가 이제 콘텐츠 시장에도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세다.
통신사와 CP간 관계에서 경쟁 조건 격차가 심화된다. '5G 중간요금제' 논란에서 보듯이 통신사의 이용요금은 정부의 직접 관리를 받는다. 중간요금제 적정성을 떠나 요금 수익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정부 규제를 받고 자율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법원은 통신사 수익구조를 '물침대'에 비유했다. 인프라 구축·운용 비용 충당 과정에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기업이 있을 경우, 그 부담은 다른 기업, 다른 이용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구글·넷플릭스는 경쟁과정에서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린다. 우선 통신사와 관계에서 다른 기업들이 당연히 내는 망 이용대가를 자체 설비 보유를 이유로 거부한다.
이용자와 관계에서 구글은 지난달 미국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월구독료를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광고 없는 월 9.99달러 요금제를 폐지하고, 계정공유를 제한하며 사실상 요금인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같이 거대 글로벌CP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내라고 할 견제 장치도, 이용자 요금 인상을 콘트롤할 견제장치도 없다. 한국 이용자들도 이같은 정책이 국내에 도입될까 우려한다.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CP가 규제 영향을 적게 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거대 글로벌CP는 협상력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망 이용의 자유'와 '요금 인상의 자유'를 동시에 누리면서 시장 공정성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확산한다.
망 이용의 자유와 이용요금 자유는 두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다른 CP와 경쟁관계에 있어서도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구글·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거부로 연간 수백억원 이상 초과 이익을 누린다.
미디어분야 연구소 관계자는 “거대CP 초과이익은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네이버·카카오·웨이브의 콘텐츠 투자여력 격차로 전이된다”며 “최소한의 공정성 확보 장치를 마련해 악순환을 막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거대CP에게 이용요금 관련 최소한의 신고의무, 보편역무를 부과한다. 국회와 정부가 이같은 논의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