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한국판 IRA 필요하다

올해 배터리 업계 화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은 배터리와 전기차 신산업 분야 기술 패권과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월 말 세부지침이 나온 이후 국내 배터리 업계도 현지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공급망을 재구축하며 대응에 나섰다.

특히 IRA에서 획기적으로 꼽는 부분은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제도(45X)에서 세액공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하는(Direct Pay) 것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배터리 셀·모듈, 전극활물질, 핵심광물 등을 미국 내에 들어가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강한 유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경우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 등 세금이 발생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도 무용지물이다. 현금 환급을 가능하게 하면 투자비에 대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효용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세액공제 효과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

첨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있어 미국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첨단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더 파격적이고 효과적인 조세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하반기 과제 중 하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입법 지원이다. 지난 5월 31일 국회에서 발의된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백신·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도 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이 세액공제분 만큼 현금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급 지원을 받지 않을 경우 해당 공제분을 제3자에 양도하는 것도 허용한다. 미국 IRA에 규정된 직접 환급과 공제 양도 제도를 국내 기업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한국판 IRA'라고 할 수 있다.

법이 통과되면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초기 투자를 해도 이익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적기에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웠던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 배터리 분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면서 자금 마련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판 IRA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매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T톡]한국판 IRA 필요하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