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기술이 4차 산업혁명과 우주시대 핵심 주역으로 떠올랐다. '산업의 쌀' 반도체부터 6세대(6G) 이동통신과 위성, 우주·국방, 의료에 이르기까지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전파 중요성이 부각됐다. 지상과 우주를 잇는 초공간·초연결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혁신기술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전자파학회는 23일 강원도 고성 델피노리조트에서 '2023년 전자파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학술회에는 1700명이 넘는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행사에는 700편이 넘는 논문이 투고되며 전파·통신 분야 다양한 혁신 기술과 도전과제, 연구방안이 제시됐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영상 축사에서 “디지털 심화 시대에 전파는 정보와 에너지를 전송하는 혈관이자 정보를 센싱, 수집하는 감각기관으로서 디지털 일상화 실현을 위한 핵심 자원”이라며 “'인류를 향한 전자파기술, 반도체에서 우주·국방 산업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가 전파 관련 학문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산업 토대 마련과 정책 제안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파 분야 국내 최대 규모 학술대회로 열린 이번 하계 행사에는 역대 최대인 76개 업체·기관·연구소가 후원·협찬한다. 학술교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롯데렌탈 등 방산 관련 기업과 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출연연을 중심으로 50개 전시부스도 마련됐다. 미래 전파 인재 채용을 위한 취업의 장까지 함께 제공한다.
육종관 한국전자파학회장(연세대 교수)은 “우주국방과 위성, 6G, 인공지능(AI) 레이다 등 미래 전파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전파기술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산·학·연·관 협업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회식에서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국방 위성 관련 다양한 전파 연구개발 방향과 전략 추진 과제가 공유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을 기점으로 우주전(戰)이 본격화되면서 국방 우주력 확보를 위한 전파기술 중요성이 강조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찬홍 국방과학연구소 센터장은 “신속하게 군 전력을 우주에 투입하는 전력투사 능력과 한반도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우주 기반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 능력을 확보해야 입체적 작전이 가능하다”면서 “우주감시 레이다 개발 운용과 군 정찰위성 등 우주정찰 체계가 원할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장의 복합체계를 하나로 잇는 6G 통신 등 초연결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도 “국방 분야에서 전파는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미래전은 전파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며 주요국도 전자기 스펙트럼 전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만큼 이번 행사로 기술 개발 공조가 촉진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중국 등 기술 선도국과 간극을 줄이고 기술패권 경쟁을 위해서는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KIST)은 “우주발사체와 양자 등 미래 분야에서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수년 이상 벌어졌다”면서 “GDP 한계로 R&D 투자 확대 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개발 기술 구체화와 임무 중심의 투자 집중 정교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자분야에서는 양자컴퓨팅·통신·센싱 관련 투자에 집중하는 등 12대 국가전략 분야 중 50대 세부중점기술과 관련된 R&D에 투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기조강연 외에 이중호 한전 전력연구원장의 전력산업 디지털화에 대한 특별초청강연과 14개의 주제강연이 이뤄졌다. 전문연구회와 출연연, 공공기관, 산업체에서 구성한 47개 특별세션에서 200여편의 논문발표도 진행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날 오전 열린 특별세션에서 28㎓ 대역 투과 손실 개선을 위한 투명 주파수 선택 표면 설계를 소개했다. 이정남 연구원은 “28㎓ 밀리미터파 대역은 파장이 짧고 직진성이 강해 실외에서 실내로 전파되는 신호가 외벽 구조물에 의해 대부분 손실된다”면서 “유리에 부착해 투과 손실을 개선하는 투명 주파수 선택표면(TFSS)은 기존 대비 향상된 투과율을 달성했으며 루프 구조의 FSS 단점인 협대역 특성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KT도 6G 안테나 주파수 증폭기술과 커버리지 한계 극복을 위한 지능형표면안테나(RIS) 연구동향을 알리는 특별 세션을 열었다. LIG넥스원은 항공우주분야 레이다 설계 기술을, 우주전파연구회에서는 군집위성과 우주전파 환경에서 다양한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개회식 전날에는 AI 레이다와 빔형성 안테나, 전파 이모빌리티 등 최근 주목받는 전자파 연구 주제 현황과 전망을 중점적으로 다룬 10개 워크숍도 진행됐다.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ETRI가 정부주도형 R&D를 공개경쟁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스펙트럼 챌린지를 선보였다. 5~6㎓ 비면허 대역 신·구 서비스 간 주파수 공존 문제 해결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할 팀을 공개 경쟁으로 선발해 후속 R&D를 1년간 지원했으며 올해는 최우수팀을 선발하기 위한 결선대회를 열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4D 이미징 레이다 시스템 부트캠프도 눈길을 끈다. 미래 전파 인재가 될 학부 및 대학원생 대상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국내 레이다 센서 하드웨어를 활용해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한 모션 및 환경 인식, 물체 식별 및 추적, 개발 및 다양한 유즈 케이스 발굴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서 레이다 시스템 알고리즘 구현에 필요한 하드웨어·툴을 지원했다.
육 회장은 “이번 행사가 우주 국방 위성과 사이버 전자기전 등 새로운 기술과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2013년부터 시작해 높은 양적·질적 성장을 이룬 하계학술대회가 앞으로도 전자파분야 학술교류와 축제의 장으로 역할을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성(강원)=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