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 이용대가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계약의 문제다. 하지만 인터넷의 자유, 망 중립성 등 거창하고 이념적인 구호들이 난무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거대 담론과 왜곡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통신사와 CP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구글·넷플릭스는 초고속인터넷과 LTE 네트워크 등 혁신 인프라를 타고 성장했다. 동시에 통신사도 콘텐츠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모으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바람직한 분쟁해결, 인프라 생태계 기여 방안을 찾기 위해 통신사와 CP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장을 열고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건전한 공론장, 논의구조 확립
망 이용대가 논란은 망 중립성 등 이념 문제로 왜곡되기 시작했다. 구글은 지난해 인터넷의 자유를 구로호 내걸고 망 무임승차 방지법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구글은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는 CP에게 이중 부담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게 되면 인터넷 콘텐츠제작자 생태계에게 부정적 영향과 더불어 망 중립성과 인터넷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구독자수 상위 유튜버들은 이같은 주장을 수용한 콘텐츠를 제작, 시청률 최상위에 랭크됐다. 이들은 망 이용대가로 인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거나, 중소 제작자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통신사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는 인터넷 자유, 망 중립성이라는 가치 보다 기업간의 계약 문제가 본질이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가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돈을 더 낸 특정기업의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해주는 '급행료'를 금지하지만, 망 이용대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망 이용관계는 CP와 통신사간 자율협상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갈등이 증폭되는 만큼, 통신사와 CP간 편가르기보다는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론장에서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논의해야 한다.
공통의 근거와 데이터 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CP와 통신사는 ICT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무너진다면 ICT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에 입각한 공론장을 열어야 하고, 국회와 정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론을 바탕으로 통신사와 CP 관계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계약 의무와 대가 지불 의무 등의 장치 등을 마련할 수 있다. 법원이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이용대가 감정작업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망 공정기여 출발점은 시장의 문제, 경제 관점에서 접근해보고 어느 한 쪽에서 일방 불리하거나 과도하게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요소가 발견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를 조화해 조정해서 접근이 가능하다”며 “통신사와 CP간 논의를 할 수 있는 관용과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