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통신망이 이용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 사업자(CP)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CP가 망에 기여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분담해야 합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한국이 어떻게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연구원(박사·포브스 수석칼럼니스트)는 7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이튼 박사는 망 중립성과 인터넷경제 분야 세계적인 전문가로 손꼽힌다. UN 브로드밴드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이달 UN에서 '빅테크의 망투자에 대한 기여'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은 선도적 디지털 국가로서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며 “성공사례를 세계시장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한류 팬이라는 그는 K-콘텐츠·한류의 성공요인을 한국의 발전한 광대역통신망과 떼놓고 생각할 수없다고 강조했다. 레이튼 박사는 “한류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물리적공간 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을 적극 활용해 아티스트, 아바타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가상·증강현실(AR·VR)을 자유롭게 활용해 청중과 소통접점을 넓히고 있는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도 먹방, 요리쇼, 코미디쇼 등 일반인이 뛰어들 수있도록 하는 것은 브로드밴드의 발달과 인터넷에 대한 쉬운 접속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에 모범이 되는 한국의 발전한 통신 인프라가 이제 왜곡과 선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레이튼 박사는 “미국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이 미국 정책입안자들에게 한국을 보라고 칭찬해오다 어느 순간부터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지난 15년간 한국은 네트워크 접근성, 기술, 통신속도, 보급율, 구축율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선도적 국가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빅 테크가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며, 한국의 이같은 지위가 흔들릴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통신망의 유지·발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레이튼 박사는 “현재까지도 약 30억인구가 오프라인인 상황에서 UN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인터넷 연결인구를 확대하는 데 2조달러가 부족하다”며 “카리브 지역을 예로 들면 통신사가 월평균 10달러 이용자로부터 벌어들인다면 구글·넷플릭스 등은 14달러를 벌면서도 세금, 법인설립, 인력채용 등을 전혀 하지 않고 망을 무임승차하는 걸 당연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레이튼 박사는 “한국 정책입안가들이 통신망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 것 인식하고, 성공적인 정책을 제시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세계적으로 미국, 유럽이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게 빅테크가 망에 공정하게 기여할 제도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기반 협상을 위해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좋은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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