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디지털 전환과 수도요금 동결

이준희 기자
이준희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6일 '수도요금 동결'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와 물가 상승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수공은 디지털 전환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상수도 등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요금 동결 여력을 마련한다는 접근이다.

최근 국내외 여건을 보면 공공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재정당국이 목표로한 2%대에 진입한지 3개월만에 3%대로 올라섰다. 또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 국면까지 장기화하며 국민생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과 미국 증시는 잇따라 하락했다.

특히 공공요금은 생활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쳐 사회 전 분야에 파급효과가 크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중 공공요금 비중은 작년 2분기 0.3%에서 올해 0.9%로 급증한 바 있다. 게다가 취약계층일수록 공공요금 변화에 심리적으로 민감하다. 전 국민이 공공재 이용에 부담이 없도록 요금관리를 안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장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라살림 적자규모가 발목을 잡는다.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으로 올해 예산(58조2000억원)보다 33조8000억원 늘어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선다. 하지만 수도요금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력요금과 재표비 등이 오르며 향후 수돗물 생산원가는 연간 약 370억원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가 내놓은 해법은 주목할 만 하다. 물 관리 인프라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해 원가상승분을 흡수함으로써 향후 2년간 수도요금을 동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AI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수돗물 생산·공급 전과정 운영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정수장 내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저에너지형 시스템 적용을 확대한다. 시설가동 전력요금, 약품비 등 생산원가를 줄여 연평균 약 165억원을 절감한다. 첨단기업 등 신규개발 지역 용수 수요에 적기에 대응해 연평균 매출도 약 262억원 확대한다. 이 외에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해 유수율을 개선하면 생산원가는 더 절감될 전망이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물 분야를 넘어 전기·수송 등 다양한 공공분야에서 민생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게임체인저가 되길 기대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