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의 공격으로 통신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제공한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일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곧 출간될 예정인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머스크 전기 내용 일부를 발췌해 “머스크는 지난해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에게 크림반도 해안 근처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비밀리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폭발물을 실은 우크라이나 무인 잠수함이 러시아 함대에 접근하자 통신이 끊어지면서 공격에 성공하지 못하고 그대로 해안가로 떠밀려왔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직전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스템을 망가뜨리자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단말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덕에 계속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스타링크를 이용하기 시작하자 머스크는 자신의 결정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전기에 따르면 머스크는 “내가 이 전쟁에서 어떻게 있어야 할까?”라고 물었고 “스타링크는 전쟁이나 드론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학교 수업을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고 평화로운 일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워싱턴DC에서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당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장관은 머스크에게 문자메시지로 잠수함 드론의 기능에 관해 얘기하면서 인터넷 통신을 복원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머스크는 “이제는 너무 지나쳐 전략적 패배를 자초하고 있다”며 위성을 켜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아이작슨은 썼다.
전기에는 스타링크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던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10월 머스크는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스페이스X를 통해 무기한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다음날 “에라 모르겠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계속해서 무료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페이스X 사장인 그윈 쇼트웰은 당시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은 말 그대로 내게 1억4500만달러(약 1936억원)의 수표를 건넬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런데 일론이 트위터의 헛소리와 이 얘기를 유출한 펜타곤 사람들에게 굴복했다”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결국 올해 초 미국·유럽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10만개의 새 위성수신용 안테나 비용을 지불하도록 협상을 타결했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CNN은 “전쟁에서 스타링크의 중요성은 시들지 않고 있다”며 “이런 에피소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개되면서 머스크가 처한 독특한 위치를 보여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는 미국 관리들이 무시할 수 없는 권력 브로커가 됐다”고 짚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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