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680만대. 사상 최고 수준의 세계 자동차 수요가 경기순환 요인에 2018년 감소 이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침체 국면이 장기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수요는 차량용 반도체마저 부족해 1980년대 이후 처음 3년 연속 감소 후 2021년 회복했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올해 상반기 지난 해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하지만, 하반기 수요는 높은 가격과 고금리 지속,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요 부진 등으로 둔화해 올해는 지난 해 대비 소폭 6% 늘어난 8650만대로 예상된다.
자동차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선진국 보유 차량 차령이 평균 12년을 넘어 교체 수요가 발생했고 자동차 공급이 차질을 빚어 '부르는 게 값'이어서다.
세계 15대 완성차 영업이익률은 2017년 평균 6.2%에서 2020년 4.0%까지 하락했으나, 2021년 8.7%, 지난해 8.3%, 올해 1분기 8.1%를 기록했다. 세계 600개 우량 부품사 영업이익률도 2017년 7.7%에서 2020년 3.2%로 하락했지만 2021년 5.3%로 상승하고 지난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7월 국내 내수는 106만8000대, 해외 수출은 165만대. 국내 생산이 21.3% 증가한 255만 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2018년 이후 처음 4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산차 내수가 10.3% 증가한 87만8000대, 수입차 내수는 7.1%가 증가한 19만대를 기록했다. 완성차 수출은 중남미, 아프리카, 대양주를 제외하고 증가했다. 대미 수출은 43.9% 증가한 72만6000대, EU 수출은 25.5% 증가한 28만4000대로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해외 생산도 4.2% 증가한 209만4000대를 기록해 국내외 생산이 464만4000대에 달했다.
히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 수출은 지난 해 동기 대비 1.3% 줄어 136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통상 자동차 부품 수출은 완성차 업계 해외 생산에 영향을 받는다. 부품 수출 10대 국가 중 9개 국가(독일 제외)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 현지 공장이 가동 중이다. 이들 9개국 가운데 부품 수출이 증가한 국가는 멕시코·슬로바키아·인도·체코다. 감소한 국가는 미국·중국·우즈베키스탄·베트남·브라질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해외 생산이 중국·멕시코·브라질을 제외하고 증가했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이 감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새로운 해외 생산 기지로 부상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이 44.2% 증가한 4만6180대 달했으나 부품 수출은 9.9% 감소한 7400만 달러에 그쳤다. 자동차 부품 수출이 증감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미국 보호 무역과 국내 완성 현지화, 즉 현지 부품 조달 전략 때문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지난해 6년 만에 증가했지만 세계 자동차 생산 증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100개 부품 업계 상반기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부품업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 해 동기 대비 22% 증가한 52조6539억원, 영업이익은 32.2% 증가한 1조7245억 원을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3.02%에서 3.28%로 개선됐다. 하지만, 해외 우량 부품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5개 계열사와 비계열 95개사로 구분해 성과를 분석했다. 현대 계열 부품사 매출은 25% 증가한 30조6169억원, 영업이익은 12.5% 감소한 7144억이다. 영업이익률은 3.33%에서 2.33%로 하락했다. 비계열 부품사 매출은 18.1% 증가한 22조370억원, 영업이익은 106.9% 증가한 1조101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62%에서 4.58%로 개선됐다. 계열사의 영업이익과 평균 영업이익률이 비계열사에 비해 낮은 것도 드문 현상인데 원인 중 하나는 미래차 관련 투자 증가로 추정된다.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구분했다. 중소기업 25개사 매출은 1조1299억원,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1.70%에서 2.83%로 개선됐다. 중견기업 54개사 매출은 9조3356억원, 영업이익은 3743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1.96%에서 4.01%로 개선됐다. 대기업 21개사 매출은 42조1884억원, 영업이익은 1조3182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은 3.31%에서 3.12%로 하락했다. 현대차 계열 부품를 제외한 16개 부품 대기업 매출은 18.7% 증가한 11조5716억원, 영업이익은 90.8% 증가한 6038억원, 평균 영업이익률은 3.25%에서 5.22%로 증가했다.
한편 지난달 완성차 내수, 수출과 생산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 감소 폭은 완화됐다. 7월 수출 둔화로 1~7월 수출 증가율은 27.4%로 줄었다. 완성차 내수는 상반기 13.4% 증가했으나 7월 내수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해 14.4% 감소, 1~7월 내수 증가율은 10.5%로 둔화했다. 이에 따라 생산 증가율도 23.5%에서 21.3%로 둔화했다.
올해 2분기 100개 부품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나고 영업이익률도 증가했지만 매출 증가율은 중소기업을 제외하곤 둔화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계열사가 증가세로 전환, 비계열사와 중견기업의 증가율이 둔화했다. 조사 대상 부품 업체 영업이익률은 1분기 대비 늘었지만 계열 부품사는 지난 해 동기 대비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사상 최대인 2017년 이후 국내 자동차 산업 경영 성과는 분기별 변동 폭이 매우 커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놓고보면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경영 성과가 부진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부품업계 미래차 대응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전동화가 부진했던 일본 부품업계에선 세계 최고 모터 기업인 니덱을 필두로 모터, 인버터와 기어박스로 구성된 e액슬(동력전달장치) 개발과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 최대 부품사 덴소는 1000명 기존 인력을 6개월간 재교육해 차량용 소프트웨어(SW) 전문가로 육성했다. 닛산 계열사인 자트코는 2000명을 훈련해 미래차 기술 인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부품업체들은 2025년 이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e액슬을 비롯한 전장 부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일본 후지연구소는 e액슬 수요가 2035년 56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나카니시연구소는 일본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0년 15%, 2035년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엔진 관련 부품 출하액은 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래차 주력 부품인 전장 부품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이 큰 폭 증가하는 데, 또 다른 공급망 단절도 우려된다.
일본 거함인 토요타는 전동화 늦었지만 부품사들은 빠르게 전장화와 전동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 전동화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품 업계 미래차 전환은 늦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전장 부품 수입 증가가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까 우려된다.
국내 부품 업계는 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87년 미국 기술평가국은 향후 20년간 신기술과 미국 교역 급증, 신세대 취향과 가치 변화가 모든 제품과 서비스, 일자리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미국 대표 기업 GM이 파산한 점을 타산지석 삼아 유비무환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lyg8779@hanmail.net
〈필자〉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호서대 조교수를 겸하다가 올해 2월 제9대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에 임명됐다. 친환경차 보급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업법 제정과 상생 결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 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 위원, 인베스트 코리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