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둔화·구매 심리 위축
업계, 내년 예산 축소에 우려 커져
올해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하면서 이달까지 서울시 구매 보조금 소진율이 35%에 그쳤다. 서울시와 전국 6개 광역시 보조금 평균 소진율 역시 절반 이하(48%)에 머물렀다. 올해를 석 달여 남겨 놓은 가운데 연초 각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11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민간 공고 대수 1만3688대 가운데 이날까지 출고 대수가 4840대에 그쳤다. 보조금 소진율은 35.3%로, 출고 잔여 대수가 8848대에 이른다. 현 속도라면 연말까지 목표했던 보급 대수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기준 서울시를 포함해 보급 목표 대수·예산이 상대적으로 큰 6개 광역시의 평균 보조금 소진율은 연초 목표치 절반 아래인 48.1%에 그쳤다.
6개 광역시 가운데 보급 목표를 과반 달성한 지역은 울산시(89.3%), 부산시(66.7%)와 광주시(59.2%)였다. 울산시는 상대적으로 보급 목표가 낮아 높은 소진율을 기록했다. 보급 목표가 5000대 이상으로 타 광역시에 비해 많은 대구시(38.3%), 인천시(29.0%), 대전시(19.4%)는 현재까지 저조한 보조금 소진율을 기록했다.
지난 수년간 서울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상반기 중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돼 하반기 추가 예산을 편성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수요 증가에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며 신형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 출고하려면 최장 1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대다수 전기차의 즉시 출고가 가능해지며 각 업체가 할인 폭을 키웠지만 보조금이 남아도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7만9000여대로 작년 동기 대비 16% 늘었으나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성장률 70~80%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 꺾인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둔화 배경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와 보조금 감소로 전기차 구매 심리가 위축된 데다 충전 불편과 충전료 인상, 화재 이슈로 소비자 관점에서의 경제성과 편의성 등 전기차 시장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전기차 구매 의사가 강했던 초기 수요층이 고갈되면서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기까지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면서 “최근 보조금 하락 등으로 전기차 강점이 약화되면서 하이브리드차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추가로 전기차 보조금 감소를 예고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올해보다 보급 속도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도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별 보조금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대신 남은 예산 일부는 충전 불편 해소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기존 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톤(t) 전기 화물차 보조금은 12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100만원씩 줄어든다. 다만 지급 가능 대수가 각각 1~2만대씩 늘어난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은 소폭 줄지만, 혜택을 받는 구매자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기 구축 예산을 올해보다 40% 이상 늘리는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보급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