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정됐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 발표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발표 시기를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연말에는 발표하고자 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 발표가 또다시 미뤄졌다. 적격비용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근거가 된다. 금융당국은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장기간 이어진 적격비용 재산정은 카드사 본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제도 도입 이래 연이은 수수료율 조정으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카드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 카드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각각 낮아졌다. 특히 전체 가맹점 중 96%는 원가 이하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카드사 수익성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2.8% 급감했다. 본업에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기는 어려워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구성한 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다.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의 연구용역 등을 거쳐 당초 지난해 말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루고 미뤄진 개편안 발표는 올해 3분기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또다시 연말로 연기됐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달 중 개편안을 발표, 기존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러다 보니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금융당국이 나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금융당국은 내년 말 적격비용 재산정이 예정된 만큼 올해 말까지는 끝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마저 불투명하다. 10월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돼 12월까지는 금융당국은 물론 모든 일정이 국감 위주로 진행된다. 국감이 끝나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국회 차원에서 서민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적격비용 개편안 발표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이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 도출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의 경우 초기 매달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2월 첫 회의 후 여섯 차례만 진행됐다. 금융당국은 이미 이해관계자 의견을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개편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최근 카드사들이 내놓은 카드 상품을 보면 죄다 혜택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혜택이 좋은 카드는 단종돼 유효기간이 지나면 이런 혜택을 더는 이용하기 어렵다. 모두 카드사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다. 카드 사용자가 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2년간 끌어온 적격비용 개편안 발표. 이제는 금융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때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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