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부 막을 내린 사극 드라마 '연인'이 화제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린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요 장소인 능군리는 평화로운 마을이란 설정인데 이를 소개할 때 '홍시와 식혜 맛이 좋으며 술은 죽순주가 일품이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예부터 풍요롭고 평화로운 마을의 상징은 술이었다. 집집마다 필요할때 빚는 가양주 형태로 전승돼 온 한국 술은 각 지역 특산물이나 지리적 위치, 문화적 특성에 따라 특색이 각기 다르다.
극중에 배경으로 서술된 죽순주는 증류식 소주에 향이나 약효를 넣어 만드는 혼성주로 만드는 방식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주 중에는 일제 시대를 겪으며 문헌으로만 전해지고 사라진 술이 허다하다. 이러한 잊혀진 전통주를 복원하는 이들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마신 '송절주'는 소나무 마디를 삶은 물로 빚은 술이다. 강직한 소나무의 상징적 의미로 서울 인근 중류 계층과 선비들이 각별히 즐겨 마셨던 것으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고려시대 풍류객으로 유명했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한 '자주'도 복원됐다. 자주는 맑은 약주에 황랍과 호초(후추)를 넣어 중탕해 빚어 차게 식혀 마시는 여름 술이다. 매콤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풍미가 일품이다. 이외에도 고려시대 최고급 탁주로 양반가에서 즐겨 마셨다고 전해지는 '이화주' 술로 술을 빚는 독특한 명주 '청감주', 시큼한 감칠맛이 나는 '사시통음주'도 복원됐다.
최첨단 현대 기술을 적용하면 과거 술을 복원하는 일이 어려워보이지 않지만 사라진 전통주를 찾는 일은 매우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통상 술 복원은 옛 문헌에 기재된 제조 방법에 따라 복원하는데 문헌의 표현이 추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예컨대 '이화주'의 경우 1500년대 문헌인 '수운잡방' 기록에 따르면 '배꽃 필 무렵 담근다'는 표현이 있는데 당시 기온과 현재에 큰 차이가 있다. 또 '물 한바가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와 같은 추상적 표현으로 수 차례 실험을 통해 수치를 측정해야만 한다.
연구원들은 복원 과정이 난관에 부딪히면 당시 술도가 모습을 떠올리며 문제를 해결한다. 당시 사용하던 술 빚는 용기나 주로 식용하던 곡식, 계별절 온도 등 자료를 참고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술을 빚는다하더라도 발효까지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약 100일까지 걸려 결과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있다. 전통주를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술을 복원하기 보다 잊혀진 우리 문화를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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