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전산업 디지털전환, 제조·공공 속도 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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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전 산업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산업구조가 전환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데이터 활용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이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 제조업과 공공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설비 확충에 집중해왔고 공공은 보안을 비롯한 각종 규제 탓에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

이에 따라 여러 산업 가운에서도 제조업과 공공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 60%는 디지털 전환 안해

우리나라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8%라고 발표했다.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창간 41주년 특집]전산업 디지털전환, 제조·공공 속도 내야

제조업 강국이라 불리는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다. 이탈리아(16.6%), 미국(11.6%), 영국(9.6%)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세계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도 한국은 독일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제조업 강국이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7월에 발표한 '2022년 SW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DX '추진 전' 제조 기업은 59.7%%에 달한다. 초기 구축 단계와 확산 구축 단계에 있는 기업은 23.5%에 불과하다.

공장 자동화 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제조에서 혁신은 더딘 상황이다.

제조업에서도 DX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통 제조 현장에서 AI, 빅데이터,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신기술을 결합하는 혁신 시도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화'에서 '자율화' 형태로 제조 공정이 바뀌고 있다. 자동화는 정해진 시나리오 내에서 자동으로 작동한다면, 자율화는 예상을 벗어난 상황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제조 공정을 운영한다.

4차 산업혁명과 DX 기술로 유통 기업 개입을 최소화해 고객과 접점을 높일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구축해 직접 고객(D2C)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걸림돌은 '비용'이다.

제조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도 공감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에 대한 비용 부담이 너무나 크다”며 “투자 대비 수익이 단기적으로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문 인력도 구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제조업 디지털 전환 추진 여부 〈자료=2022년 소프트웨어 융합 실태조사〉
제조업 디지털 전환 추진 여부 〈자료=2022년 소프트웨어 융합 실태조사〉

정부의 재정 지원은 마중물 역할을 한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의 DX 전환률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 재정은 절실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스마트 제조 혁신사업 예산을 2900억원으로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크게 삭감, 1671억원으로 책정했다. 기재부가 내년 예산을 2091억원으로 편성,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중기부가 지난해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협력·지원 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독일과 일본 등 스마트제조 강국은 민간·지방정부가 협업해 스마트 제조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별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신(新)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민간·지역, 대·중소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협력 연계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스마트제조혁신협회 관계자는 “산·학·연, 대·중소기업 그리고 지자체까지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제조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며 “분산돼 있는 제조 혁신 과제를 각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면 기술 수준이 낮은 기업도 빠르게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디지털 혁신, 제도적 한계가 발목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한정된 예산 △경직된 조직 △각종 법규와 사전절차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등 다양한 제도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인력 부족이 문제다.

지자체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보화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는 6개 담당관, 총 28개팀으로 구성돼 데이터센터 내 4과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 서울시 정보화 인력은 총 496명으로 이중 디지털정책관 내 216명, 타부서에서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280명이다. 수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무원 정원, 처우 등은 행정안전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나 AI와 같은 신기술이 도입될 때 관련 업무를 전담할 전문인력도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블록체인, AI 분야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민간에서 제안하는 높은 연봉과 처우 등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수 인원만 지원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도 선진국 대비 낮다.

올해 3월 행안부가 발표한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14.5%에 그쳤다.

클라우드 전환이나 도입 시 우려되는 사항에 대한 질문에 전환, 이용 비용 과다 소요 등 비용 부담을 답한 사례가 전체 응답의 41.4%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안정성 우려와 보안 이슈 발생 문제가 각각 27.1%와 24.2%로 높은 응답을 나타냈다.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조사 결과' (자료=행정안전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조사 결과' (자료=행정안전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업체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획득하고 망 분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공공 특성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에 대한 부담도 크다.

데이터 활용도 어렵다. 주요 개인정보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어, 지자체에선 데이터 활용의 벽이 높은 상황이다.

가족관계, 국세, 복지와 고용 정보 등 개인 중요 데이터는 중앙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정부는 민관 협력 체계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가동했다. 개인정보보호 등 보안에 대한 우려에 대해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디플정 원칙에 맞는 예산 편성과 공무원 인사혁신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추진을 가속화할 중장기 목표 수립과 세부적 실행방안, 조직혁신, 예산확보와 규제개선 등이 추가로 요구된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까지 어느 하나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상용 서울시 디지털수석은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를 기조로 정부·지자체 등에서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허용된 영역에선 더 확대돼야 한다”며 “현재 클라우드는 보안 문제도 많이 해결됐고, 지자체와 중앙정부 데이터를 서로 쉽게 활용하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