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디지털은 글로벌... 관점 바꿔 함께 뛰자”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 양성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 전분야로 확산되는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해 갈 역군이 요구된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민·관 노력도 필요하다.

크래프톤 전신 블루홀을 설립하고 국내 게임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한 장병규 의장도 개발자 후학 양성에 진심으로 나서고 있다. 게임사를 비롯한 유수 기업의 실무 현장에서 높은 연봉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앞장서 배출한다는 취지다. 장 의장을 만나 우리 산업계가 디지털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와 미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현재 디지털 트윈을 비롯해 ICT를 활용한 기술과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을 통해 한국이 재도약 하기 위해 인재가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인재가 사회에 가장 많이 나와야 하는지?

△결국 본질은 고등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등교육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고등교육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이것을 먼저 인정하고 들어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 정글도 학생으로부터 5개월간 250만원가량 받는다. 실제로 정글 지원하는 학생들 중 250만원이라는 비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대학 등록금과 비교해서 그렇다. 대학 등록금이 실제로 싼 편이다. 고등교육이 돈 많이 든다고 가정하고 생각해야한다. 억대 개발자를 하루아침에 기를 수 없는 것처럼 고등교육과 고등교육 이후에 직업과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도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은 첨단 제조업과 글로벌 서비스업으로밖에 나갈 수 없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제조업 시대는 지나갔다. 수출이 일방적으로 하는 느낌이라면 글로벌은 양방향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투자하기도 한다. 크래프톤도 해외 스튜디오에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해서 이익을 얻는 것도 글로벌로 봐야 한다. 일방향으로 물건을 수출하는 시대에서 양방향 글로벌 시대로 변했다. 이런 관점에서 첨단 제조업과 글로벌 서비스가 커진다고 봐야 한다.

산업 인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인재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로 연결된다. 크래프톤도 폴란드,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 투자를 진행할 때 스튜디오를 비교해본다. 결국 인재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개인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개개인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변화해야 한다. 지금 현재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주·매달·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 좋은 질문을 하고 도전하는 사람,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아 핵심 인물이 된다.

한국은 수출에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가야한다. 첨단 제조업과 글로벌 서비스업을 해야 한다. 인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인건비를 낮추는 것은 지향점이나 방향성 측면에서 곤란하다. 결국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를 빨리 받아들이고 그 기술로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다. 시대와 기술이 변함에 따라 우리도 늘 변해야 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크래프톤 정글 또한 이런 태도를 굉장히 어릴 때 체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불렸다. 현 시점에서 타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디지털 현 주소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디지털은 글로벌이다'라는 시각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의 디지털은 아직 우물 안 시각이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말은 맞다. 디지털 관점보다는 더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디지털은 규제자체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 로컬한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시각에서 할 필요가 있다. 한국 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미국 등 타국가와 보조를 맞춰 글로벌 기업과 잘 맞춰야 대화가 된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전통적 기업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첨단 제조업 관점에서 한국만큼 경쟁력 있는 나라가 흔치 않다. 방향은 옳게 가고 있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스타트업과 벤처도 한국 시장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크래프톤도 운이 좋게 '배틀그라운드'가 잘 됐고 매출액 약 94%가 해외에서 나온다. 인도에도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고 계신 것처럼 크래프톤은 인도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계속 노력 중이다.

한국은 여전히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많은 것들이 발전하고 있다. 다만 방향성 관점에서 내수 중심보다는 수출과 글로벌 중심으로 가야 한다. 서비스업은 글로벌에 포커스를 더 두고 규제와 법적 지원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변화시켜 간다면 길게 바라보고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크래프톤도 콘텐츠로 디지털 글로벌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국내 기업 환경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노동 유연화다. 변화, 발전,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다만 전면적 노동적 유연화는 현실적이지 않다. 글로벌 서비스업, 첨단 제조업,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산업군 등 관련 영역은 노동 유연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에서 경쟁을 못하면 어차피 그 기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전면적 노동 유연화는 대한민국 정서와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대상 영역부터 노동 유연화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에서 가장 앞서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최근에 본 보고서 중 북미와 유럽의 지난 20년간 GDP를 비교하는 보고서가 있다. 미국과 EU를 비교하면 20년 전에는 GDP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 캘리포니아 한 주의 GDP가 영국보다 크다. 혁신의 차이는 바로 노동 유연성에 있었다. 미국은 노동 유연성이 높은 반면 EU는 낮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면 신속한 인력 재배치로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고 산업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빨리 재편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힘드니 글로벌 경쟁하는 산업, 기업 등 특정 영역은 점진적으로 고민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나?

△상징적인 규제를 정면 돌파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첫째는 원격의료, 둘째는 자율주행차다. 개인적으로 글로벌하게 보면 원격의료는 결국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원격의료는 디지털이고 자명한 미래다. 한국 의료도 경쟁력이 높다. 내수 중심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정책적 지원도 글로벌한 관점에서 더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상징적 규제가 어떻게 풀려나가는 지는 국민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클 것 같다. 원격의료도 글로벌한 서비스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율주행차 본질은 데이터다. 주행 데이터를 얼마나 쌓느냐가 핵심이다. 5년 전 조사에서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차 주행거리는 2018년 기준 1000만 마일(약 1609만km)였다. 비교 군은 다르지만 최근 테슬라가 발표한 FSD 베타는 3억마일(약 4억 8200만km)을 돌파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는 얼마나 쌓이고 있을까. 굉장히 미비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율주행도 큰 위기가 존재한다. 그래도 자율주행이 근 10년 내 된다면 자율주행이 아닌 차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과연 첨단화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했을 때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모으는 것은 결국 국가가 도와야 하는 일이다.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유익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2~3개 정도를 선정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를 개혁한다면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변화하지 않을까. 상징적인 규제가 풀려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풀리고 여러 투자도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글로벌 디지털화를 할 수 있다고 보나?

△기업은 시장논리에서는 크게 2가지 메커니즘만 동작하면 된다. 첫째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느냐 그리고 명확히 퇴출되는지인 것 같다. 결국 기업은 살기 위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문제를 못 받아들이고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이 그냥 퇴출되도록 놔둔다면 기업은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명확히 퇴출시켜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이는 노동유연화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기업을 평생 직장과 고용을 책임지는 주체로 바라보면 퇴출시키는 것이 당연히 너무 힘들다. 관점을 바꿔 시장 논리대로 가고 적절히 퇴출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고려하면 좋겠다.

기업은 언제고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가졌으면 좋겠다. 단순 내수가 아니라 글로벌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인재 교육도 이런 관점에서 훨씬 더 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전문가 제도와 같이 인적교류에 돈을 쓰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활동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지난해 회원으로 합류한 한국공학한림원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에 컴퓨팅 분과가 최근에 생겼다. 작년 기준으로 컴퓨팅 분과와 바이오 분과가 새로 생겨서 총 8개 분과다.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한국공학한림원에서도 디지털과 바이오 의료 쪽을 한국의 미래로 바라보고 있다.

디지털을 글로벌 패권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가 한국공학한림원이 한 걸음 더 젊어지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디지털은 그만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축 중 하나다. 한국공학한림원 역시 디지털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국 산업이 보다 폭 넓고 글로벌화돼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러브 디지털, 체인지 코리아'를 위해 응원의 한말씀 부탁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가 곧 주축이 되는 시대다. 한국만큼 변화·성취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강한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에게는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디지털을 포함해 여전히 많은 인더스트리가 건재하다.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이 잘 될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해서, 글로벌을 위해서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