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 형태로 구부러진 대형 LED(발광 다이오드) 화면에 비행기 활주로가 나타난다. 그리곤 잠시 뒤 같은 공간이 항공기 객실 안으로 바뀌더니, 별 가득한 밤하늘로 바뀐다. 마치 현실의 공항을 화면에 그대로 옮긴 듯한 이곳은 비브스튜디오스가 세운 버추얼(가상) 스튜디오다.
경기도 곤지암에 위치한 비브스튜디오스의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는 모 면세점이 업계 최초로 첨단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뷰티클래스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비브스튜디오스의 버추얼 스튜디오는 그 형태부터 독특했다. 길이 27m, 높이 7m의 LED 화면이 둥그렇게 무대를 감싸고 있었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 비디오 등에 쓰이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대체하는 장소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카메라와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접목됐다. 기존 CG 스튜디오에선 배우들이 초록색 크로마키 천막 앞에서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며 연기를 펼쳤지만 팀스튜디오는 영상에 삽입되는 실제 장면을 LED 화면에 재생해준다.
초록색 천막 앞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이 필요없게 되는 셈이다. 비브스튜디오스의 버추얼 스튜디오에선 배우들이 영화 속 장면과 같은 배경 앞에서 연기할 수 있고, 이미 배경 화면을 함께 촬영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신작 '쥬리기월드: 도미니언'이나 '더 문' 등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비브스튜디오 역시 MBC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만들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홀로그램을 제작해 증강현실(AR) 콘서트를 선보이는 등 확장현실(XR)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현장에선 출연자가 신제품 화장품에 대한 뷰티클래스를 진행하는 장면이 재연됐다. 배우가 LED 화면에 준비된 평면 스크린 앞에 앉자 별다른 무대소품이나 CG작업 없이도 뷰티클래스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버추얼 프로덕션 작업과정에서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어, 실시간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어셋들을 최적화해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AR·XR 등 다양한 형태의 실감형 콘텐츠 작업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비브스튜디오스 관계자는 “기존 CG 스튜디오에선 배우 연기와 CG 작업이 따로 이뤄졌지만 비브스튜디오스 버추얼 스튜디오에선 한 번에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한 낮과 밤, 날씨, 계절 등 자연적인 요소들과 물리적인 공간 제약을 받는 기존 촬영 방식과 달리 리얼타임 3D그래픽을 이용, 백그라운드를 구현한다. 하늘에 구름을 추가하거나 낮과 밤을 자유롭게 오가며 시공간, 계절이나 날씨의 제약 없는 촬영환경을 제공해준다.
버추얼 프로덕션 과정에서 대부분의 VFX가 촬영 중 카메라에 담겨 실시간으로 촬영장 모니터에서 확인 가능했다. 특정 효과가 배경과 잘 결합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바로 CG 환경을 변경, 조정이 가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버추얼 뷰티클래스 촬영과정에서도 LED스크린 촬영장소 전환에 맞춰 공간인식카메라 싱크에서부터 트래킹, 실시간 그래픽엔진, 그리고 촬영 과정 중 최첨단 AR 기술을 활용한 영상 내 특수효과를 빠르게 구현해내며 몇 시간만에 결과물이 나왔다.
영상 콘텐츠 확장성도 강점이다. 영화는 물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도 한국 제작진이 만든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 흥행작이 이어지는 만큼 버추얼 스튜디오 수요도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다.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제작자들은 해외 촬영을 나가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제작비를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효율적인 제작 프로세스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LED스크린 기반의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은 지난해 21억5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서 올해는 25억2000만달러(약 3조3500억원)로 17.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브스튜디오스 관계자는 “비브스튜디오스가 영상 제작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한국 컨텐츠를 우리 자체 기술로 만들고 수출함으로써 K콘텐츠를 넘어 문화콘텐츠 기술까지 수출하는 진정한 글로벌 콘텐츠 강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경기)=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