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에서 CCTV는 개인의 안전과 시설의 보호 등을 위해 필수다. 공공장소는 물론, 회사에서도 CCTV는 일반화 돼, CCTV가 없으면 우리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회사 내 CCTV를 설치하는 경우, 시설 보호 등 긍정적 면을 넘어 자칫 임직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과도한 근로감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 내 CCTV는 어떤 범위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설치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관련 대법원 판례(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군산 소재 A사는 51대 CCTV를 설치했다. 32대는 공장부지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해 울타리를 중심으로 공장부지 외부와 내부를 찍고 막대고정형이라 회전이나 줌 기능은 없고, 나머지 19대는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과 출입구에 설치, 근로자들의 직간접적 근로 현장이나 근로자의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며 피촬영자를 아는 경우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었다.
A사는 51대 CCTV를 설치하며 근로자 동의를 얻거나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A사 노조 지회장 등(이하 '피고인')은 설치된 CCTV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못하게 했고, A사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피고인을 형사고소해 기소됐다.
원심은 51대 CCTV 설치 과정에서 근로자 동의를 받거나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았지만, 피고인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51대 중 32대 CCTV와 19대 CCTV를 구별해 결론을 달리하였는 바, 공장부지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된 32대 CCTV의 경우,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반면,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과 출입구에 설치된 19대 CCTV의 경우, 비록 설치 과정에서 근로자 동의 절차나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업무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정보주체인 근로자 동의를 받은 바 없어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같은 항 제6호의 A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근로자참여법이 정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거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피고인의 행위는 기본권 침해 방어 목적으로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임시적으로 촬영을 방해한 것에 불과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일단 그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전보하거나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회사 내 CCTV 중 임직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각호의 요건을 갖추거나 또는 근로자참여법이 정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는 바, 향후 회사 내 CCTV 설치나 운영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