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간 손실보전으로 운영되는 도서산간 등 통신망 보편서비스에 정부 예산 지원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보편역무 부과를 비롯 수십년째 통신사 중심으로 운영돼온 보편 역무 개선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것이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보편역무 개선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보편 역무를 제공하거나, 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의무를 규정한다.
노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매년 조정하는 1000건 가량 통신분쟁 중 약 100여건이 통화 ·데이터 통신 품질 불량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 국립공원이나 도서산간지역의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신고가 용이하지 않아 안전 및 재난 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가 보편적 통신 역무 제공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 설계 및 구축·운영에 드는 비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제4조 6항)을 추가한다. 공익 목적에서 통신 음영지역에 망을 확산하는 만큼, 사업자 비용 뿐 아니라 정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보편 역무 제도는 도서산간 지역 통신망과 공중전화, 시내전화 등과 관련한 의무 사업자인 KT가 대부분 통신망과 선로 등을 구축하고, 다른 통신사가 보편 역무 분담금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 의원 개정안은 보편 역무에 대한 공적책임을 강화하고 기금 재원을 늘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보편 역무는 크게 도서산간 등 음영지역 인프라 구축과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감면으로 구성된다. 디지털이 사회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재원확대와 서비스 범위 확장 논의가 국내외에서 확대되고 있다.
앞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네이버 등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에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보편 역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의 경우 음영지역 통신망 구축에 이용자 요금으로부터 거둬들인 보편역무기금(USF)을 사용한다. 통신망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사업자도 USF 기금을 내도록 하는 인터넷 공정(FAIR) 기여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디케이드 2030 전략에 따라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기가인터넷 등 초연결망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대규모 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서비스가 다양화되는데 반해 보편 역무는 통신사와 관련 서비스에 묶여 있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보편역무 개선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