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앞장섰던 폴란드가 최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자 더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농산물 분쟁에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크라이나로 더 이상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의도는 없다. 단지 폴란드를 보다 현대적인 무기로 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다른 나라들이 제슈프(폴란드 군사 중심지)를 통해 무기를 수송한다면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기 수송에서 폴란드도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또한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분쟁을 확대할 경우 수입 금지 대상 우크라이나산 품목을 늘릴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수출 협정이 종료되면서 인접한 유럽국가를 통해 곡물을 수출했는데, 이로 인해 육로와 수로를 내어준 국가에서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5개국에 한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직접 수입을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게 했다. 이 조치는 지난 15일 만료됐지만,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국 농민 보호를 명분으로 금수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가 금수 조치에 강력 반발하며 이들 국가를 WTO에 제소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에서 우리의 친구 중 일부는 정치적 연극으로 결속해 러시아가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이같은 우크라이나 측 발언에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폴란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폴란드는 내달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농촌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농산물 수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서희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