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웹소설 공모전 당선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간 혐의를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제재했다. 카카오엔터는 신인 작가를 발굴 노력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오해로 돌아왔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 당선작가들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웹소설은 고정된 이미지 중심인 웹툰과 달리 텍스트 중심의 열린 이미지이기 때문에 원저작물을 토대로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2차적 저작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웹소설 시장은 높은 확장성을 앞세워 2014년 약 2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약 6000억원대로 약 3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웹소설 시장은 웹소설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 수는 적은 반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웹소설을 공급하고자 하는 작가는 매우 많은 비대칭적인 시장구조를 가진다. 최종 유통채널인 플랫폼 사업자가 관련 산업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게 되고 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관계가 형성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웹소설 플랫폼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사업자로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5개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일부 공모전 요강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엔터에게 귀속되는 조건 '수상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를 설정했다. 공모전에 당선된 28명의 작가들과 광범위한 형태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엔터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작가와 체결하는 계약서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거래조건으로 인해 작가들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피심인 외 다른 거래상대방을 선택할 수 없게 됨으로써 더 나은 조건에서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카카오엔터의 이와 같은 거래조건 설정행위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포괄적인 양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작권법령의 취지, 이를 구체화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등에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위는 웹소설뿐 아니라 웹툰, 만화 분야 약관 실태도 살펴보고 있다.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구 과장은 “콘텐츠 산업의 공정거래 기반 조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상생협의체를 운영하고, 표준계약서 제·개정, 콘텐츠 사업자와 창작자에 대한 피해예방 교육 실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엔터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오해로 돌아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엔테 관계자는 “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며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소송에서는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계약이 독점적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독점적 이용 허락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원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양도했다면 이후 관련 권리를 행사할 수 없지만, 이용 허락을 한 것이라면 원작자에게 저작재산권이 그대로 남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