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정남산업단지에 위치한 이노메트리 공장. 작업장에 들어서자 반대편 끝까지 길게 줄지은 장비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높이 2m에 육중한 덩치를 보인 장비들은 출하를 앞두고 성능 평가가 한창이었다. 현장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며칠 전 고객사 1차 물량에 이어 뒤이어 출하될 제품들”이라면서 “배터리가 제조 라인에 (인라인으로) 들어가 이물질을 확인하는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노메트리는 배터리 검사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엑스레이(X-ray)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이용해 배터리가 설계대로 제조됐는지, 또는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건 아닌지 살피고 확인하는 설비다. 검사 장비라고 간단히 표현하지만 이 '검사' 안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AI)까지 융합돼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 검사 분야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가 과거 스마트폰과 같은 중소형 제품 중심에서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형화되고 안전성이 중요해지면서 검사 장비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이노메트리가 있는 것이다.
김영주 사업본부장은 “과거에는 배터리 전극이 제대로 배열됐는지, 접촉으로 인해 불량이 난 곳은 없는지 살피는데 검사 장비가 쓰인 반면 최근에는 배터리가 전기차에 들어가면서 안전이 더 중요해졌고 이에 이물까지 검사하려는 요구가 늘고 있다”면서 “검사 수요 증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는 극판이 서로 맞닿거나 손상 등 불량이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를 저장, 발화나 폭발 가능성이 상존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에 제품 속을 투시할 수 있는 엑스레이로 전극의 정렬이나 손상 유무 등을 살펴봤다. 그런데 전기차 등장으로 검사 항목이 더 늘어났다. 이물 검사다. 김영주 본부장은 “작은 티끌 하나에 배터리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노메트리 전극 검사 장비는 국내 배터리 3사에 공급됐다. 점유율로 따지면 90% 이상이다. 이물 검사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 수요가 급증,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주문이 늘었다. 이물검사도 이노메트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엑스레이 중심에서 CT로 확장하는 추세다. 엑스레이가 전극 중심에서 이물검사로 확장했다면, CT 장비 도입도 늘고 있다. CT 장비는 평면을 살피는 2차원 엑스레이와 달리 3차원으로 배터리 내부를 살필 수 있어 휘어짐이나 누락 여부 등을 더 꼼꼼히 살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속도가 아직 엑스레이보다는 느리다는 게 단점이나 이 장비 역시 쓰임새가 늘고 있다.
이노메트리 관계자는 “2021년 이물 검사장비와 CT 장비 매출 비중이 4%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70% 수준까지 증가, 기존 전극 검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검사 방법들을 벤치마킹 해 중국 등에서 거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고객사들과 협력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이갑수 이노메트리 대표
-실적 전망은.
▲주요 고객사의 북미 공장 증설 본격화로 하반기 매출 급증이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이 757억원이었는데, 올해 최대 실적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수주잔고와 올해 신규 수주액은 연말 기준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은.
▲검사장비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이다.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4월에 검사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앞으로 R&D 인력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법인이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은 미국 중간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테네시주, 켄터키주, 애리조나주 등에도 별도 사무소를 설치해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고객사와 2시간 이내 거리에 현지 거점이 생기다 보니 글로벌 업체로부터 장비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신사업 계획은.
▲폐배터리와 스태킹 장비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폐배터리 사업은 재사용되는 제품 내부 전극 정렬과 이물질 생성 여부를 검사하는 방식이다. 기존 이차전지 검사 기술력을 폐배터리 분야로 넓히는 것이다. 스태킹 장비는 속도와 정렬 정확도를 높인 제품을 연초에 개발 완료했다. 기존 장비보다 속도가 30% 이상 빠르다. 내년에 메이저 고객사로 제품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