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위해 연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다. 국내 원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핵연료, 소형모듈원자로(SMR) 혁신 소재 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원전 전문가들은 수출시장을 선점해야하는 SMR 등에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4일 원전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원전산업 초격차 기술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내달 초 구체적인 내역사업·규모 등을 확정한 후 연말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현 계획대로면 내년 2분기나 3분기 즈음 예타 심사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2025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부터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핵연료 △SMR 혁신제조 △원전 탄력운전 △원전 기자재 수출 △원전 계속운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대해 업계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원전 기업은 물론 연관된 중소·중견기업까지 광범위하게 수요조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우라늄 농축도를 5~10%로 높인 '저농축우라늄(LEU)+ 연료' 관련 소재·부품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 원전은 농축비율 4% 정도의 LEU 연료를 활용한다. 이보다 높은 농축 비율을 갖춘 우라늄 연료를 수입해 국내 원전에 활용하기 위한 구상이다. 우라늄 농축비율을 높인 연료를 활용하면 원전의 발전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 소재·제조기술 개발 방안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SMR에 활용될 고강도·내열에 견디는 혁신소재와 함께 고온에서 활용하는 열간 등방압 가압법(HIP) 등의 기술개발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이 기술은 올해 시작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과 연계됐다. 혁신형 SMR 사업은 당초 혁신소재 기술개발까지 계획했지만 예타 심사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밖에 원전 계속운전 안정성 기술 국산화, 재생에너지와 공존하기 위한 원전 탄력운전 기술, 중소·중견기업의 기자재 수출을 위한 인증기준 지원 등을 주제로 한 과제도 검토한다.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원전 기자재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산업 기술개발 로드맵을 담은 'NU-테크(tech) 2035'도 준비하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에 조(兆) 단위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빠르게 상용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SMR에 대한 과감한 예산 투자를 요청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현재 기술개발이 한창인) SMR는 기술개발의 '톱 그룹'에서 밀려버리면 영원히 경쟁에서 사라진다”면서 “최소한 2030년대 제품 개발을 공언한 미국의 뉴스케일과 BWRX 수준으로 (연구개발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산업부, 차세대 핵연료 수요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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