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빅뱅'이 시작됐다. 내연기관 완성차에서 전기차, 소프트웨어(SW)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열린다. 독일, 미국 등 자동차 산업 강국은 물론 인도, 중국 등 신흥주자도 모빌리티 빅뱅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자리매김한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새로운 모빌리티 중소·벤처기업이 경쟁에 가세했다. 전자신문은 창간 41주년 특별기획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상을 전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빅뱅' 기획을 연재한다.
이달 5일(현지시간) 'IAA 모빌리티 2023'이 열린 독일 뮌헨 오데온 광장에 마련된 글로벌 완성차 야외 전시장(오픈 스페이스). 독일 자동차 3사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전동화 전략을 공개하며 현장은 들썩였다. 벤츠·BMW·폭스바겐 오픈 스페이스는 다가온 SDV 시대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
각사는 자체 플랫폼 기반 전동화에 차량용 운용체계(OS)로 기능을 고도화하거나 자동차와 SW를 결합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거나 멀티미디어, 첨단 운전자 시스템 등 SW로 작동하는 SDV 시대 준비에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동화, 자율주행, SDV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온 독일은 전기차를 넘어 SDV 출시를 예고했다. 세계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동화 SDV로 자동차 패러다임을 주도하려는 포석이다.
◇벤츠, 2024년 전동화 SDV 내놓는다
지난 100년간 내연기관차 시대를 주도한 메르세데스-벤츠는 SDV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전동화 플랫폼 메르세데스 모듈러 아키텍처(MMA) 기반 'CLA 클래스'를 공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CLA 클래스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선구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벤츠는 차량용 통신특허 전문기업 아반시로부터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5세대(G), 차량·사물이동통신(V2X) 등 SDV에 탑재할 표준특허도 대거 매입했다. 벤츠는 CLA에 독자 개발한 'MB.OS'를 적용하고 차량에 고성능 자율주행 프로세서·장거리 라이다·고정밀 지도를 통해 추후 SW 중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벤츠 관계자는 “MB.OS를 통해 차량을 통제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하면서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파노라믹 비전 공개…자율주행+전동화 결합
BMW그룹은 △전기화 △디지털화 △지속가능성 등 하나로 통합한 'BMW 비전 노이어 클라세'를 발표했다. BMW는 벤츠와 달리 주행 환경을 고도화한 뒤 차세대 전동화와 자율주행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SDV를 내놓는다. 분야별 기술을 차별화하면서 특히 운전자와 차량의 소통을 돕는 파노라믹 비전을 공개, 벤츠에 맞불을 놓았다.
파노라믹 비전은 차량 유리창 전면에 모든 정보를 투영하는 최초 기술이다.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가 차량 전면에 파노라믹 비전에 표시되는 차량 속도, 이동 동체, 도착 정보 등 모든 정보를 읽을 수 있다.
BMW는 “주행환경과 개인취향에 따라 운전자와 차량 사이 상호 작용을 보다 세밀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MW 관계자는 “운전자가 차량과 세밀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어 주행 환경을 고도화하고 자율주행 기술 안전성을 높일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SDV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전동화 모델을 2026년 내놓는다. BMW 차량용 OS를 이용해 SW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2025년 노이어 클라세를 기점으로 차세대 SDV 전동화 차량을 순차로 선보인다.
◇폭스바겐, SW 기업 전문성 강화
폭스바겐은 모든 브랜드에 SDV 기술을 내재화한다. 올리버 블루메 CEO는 △계열사 카리아드의 SW 내재화 △차세대 플랫폼 다양화 △퀄컴 자율주행 프로세서 협력을 통해 SW로 작동하는 자동차 시장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카리아드의 SW 내재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한 폭스바겐 'I.D GTI', 아우디 'Q6 e-트론'에 차세대 SW 기술을 적용한다. 차량의 주행 정보를 수집해 실시간 주행 환경에 대응하고 수집한 데이터 기반 SDV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그룹 10개 브랜드에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SW, 자율주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등 개발을 위해 협력,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독일 3사는 1회 충전거리 700㎞ 이상 전기차 플랫폼과 자율주행 반도체, 라이다를 장착한 자율주행 플랫폼, 향후 자율 주행차에 SW 플랫폼을 융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진화, 차량 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고성능 전기차 기반의 빠르고 안정적 주행성능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뮌헨(독일)=김지웅 기자
뮌헨(독일)=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