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술 사랑은 유명하다. 얼마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항저우의 역사를 표현한 화려한 공연에서도 술잔을 기울이는 선비의 모습이 담겨있을 정도다.
제갈량이 직접 빚은 노교백주나 유비·관우·장비가 도원결의를 할때 마신 술이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중국 최고의 시선인 이백의 시에도 술을 소재로 쓴 시가 170여수에 달한다. 이백의 권주가인 '장진주'는 만고의 시름을 삭히는 존재를 술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바이주(白酒·백주)는 곡물로 빚은 투명한 증류주를 지칭한다. 중국 술을 '빼갈'이나 '고량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바이간(白干)의 중국어 발음을 따 부르거나 수수를 주원료로 증류한 도수가 높은 술을 고량주라고 말한다.
백주의 알코올 도수는 35도에서 70도까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40도 안팎이다. 도수가 높다고 해서 알코올향이 가득한 쓴맛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옅은 과일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일품인 명주나 독특한 향과 맛이 특징인 술도 있다.
고도주인 바이주로 대표되던 중국 술 문화도 최근에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MZ세대인 지우링허우(90后, 1990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00后,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이 저도주나 달콤한 향과 맛의 리큐르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중국 저도주 시장은 고성장세를 보이며 작년 기준 53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Z세대 주류 소비가 변하면서 중국내 바이주 생산량도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중국 대표 백주 브랜드인 마오타이(茅台)는 아이스크림, 커피 등 이색 제품을 출시해 젊은 층을 끌어모으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마오타이가 작년 5월 출시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바이주 성분을 2%정도 추가한 제품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 이상을 돌파했다. 현재 중국 31개 성(省)에 34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로컬 커피 브랜드 루이씽 커피와 협업해 '바이주라떼'를 출시했는데 첫 날에만 540만 잔 이상 판매해 1억 위안 이상의 매출액을 올렸다.
재미있게도 국내에서는 '연태 고량주'로 만든 하이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가 만드는 소비 흐름은 이제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며 2000여년 간 이어온 술 문화도 바꾸는 것은 아닐까.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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