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가 막바지 송출수수료 협상에 들어갔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20일부터 KT스카이라이프 전 권역 유료방송 서비스에서 라이브 방송 송출은 중단된다.
◇현대홈쇼핑,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무시로 일관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현대홈쇼핑이 새롭게 제시한 협상안을 중심으로 다시 협상을 전개했지만, 송출수수료 인하 수준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재까지 송출중단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협상이 최종 결렬되기 전 KT스카이라이프에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송출수수료 문제였다. 현대홈쇼핑은 매출이 떨어진 만큼 수수료도 인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18~19일 별도의 방송물을 편성해 TV홈쇼핑 라이브 방송에서 '방송중단 고지 방송'을 송출했다. 같은달 20일부터 스카이라이프 방송 화면 하단 자막을 통해 방송 중단을 안내했다.
다만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3월 발표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서 금지로 제시한 '정당한 사유 없이 진행 중인 협의를 중단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협의 기간은 '계약종료일로부터 5개월(기본협의)+최대 3개월(추가협의)'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송출 수수료 협상 기간은 내달 15일까지다. 하지만 현대홈쇼핑이 협상 도중 일방적인 송출 중단을 통보한 셈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데이터 불균형' 문제도 해소하지 않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송출수수료 대가 산정 기준은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의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감 △모바일·인터넷에서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 △시청데이터 등 그 밖의 홈쇼핑방송과 관련된 요소의 증감 등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해당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데 현대홈쇼핑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묵은 갈등, 시장 침체로 폭발…“홈쇼핑 규제 완화해줘야”
홈쇼핑과 유료방송의 송출 수수료 갈등은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 문제만이 아니다. 홈쇼핑사들은 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낸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보다 33.3% 증가한 수치다. 홈쇼핑이 방송 판매로 거둔 판매수수료 수익의 65.7%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홈쇼핑 사업자들의 전체 영업이익이 매년 20%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감소가 예상된다. 상반기 주요 홈쇼핑 업체 4개사 영업이익 총합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15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한 1269억원이다. 미디어 이용행태가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으며, TV홈쇼핑과 유사 서비스인 각종 라이브 쇼핑 플랫폼 등장으로 소비자 구매행태 또한 모바일 시장으로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미디어 환경 변화를 손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재승인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법상 홈쇼핑 사업자는 '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에 해당해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 및 재승인을 받고 있다. 과도한 재승인 조건으로 TV 홈쇼핑 사업자들은 유사 서비스인 모바일 라이브 쇼핑 등과의 경쟁 상황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부분 홈쇼핑 사업자들은 전체시간 및 프라임 시간대의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중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다. 일부 홈쇼핑 사업자는 농수축임산물 상품의 편성 비중, 중소기업 판매수수료율 인하 계획 등 재승인 조건을 부여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규제를 풀어 판로를 더 자율적으로 열어주고 데이터홈쇼핑(티커머스)들도 라이브방송 허용 등을 시켜줘야 홈쇼핑 시장도 자율 경쟁속에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