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플랫폼 금융' 원년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5월 시작한 '대환대출 플랫폼'은 한 달만에 약 6600억원 규모 신용대출 이동을 일으키며 빠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이 각각 운영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올해 12월 주택담보 대출까지 취급하며 몸집을 크게 불릴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된다. 단일 앱에서 자동차보험, 실손 의료보험, 여행자보험 등을 비교하고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대출을 위해 일일히 은행을 찾아다니고, 더 나은 조건의 보험가입을 위해 발로 뛰는 일은 빠르게 과거가 되고 있다. 수년이 지나면 이제 플랫폼 없던 시절의 금융 서비스는 삐삐나 공중전화처럼 추억 속으로 사라질 기세다.
클릭 몇 번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고, 더 나은 조건의 보험을 찾을 수 있게 되며 소비자 편익은 매우 높아졌다. 다만, 이제 기존보다 나아진 상황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핀테크가 운영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일부 상위 업체를 제외하면 여전히 주요 은행들이 입점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대환대출도 핀테크 플랫폼보다 개별 은행 앱에서 자사 상품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보다 편리해졌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플랫폼을 선별해야 하는 고충이 여전하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금융당국이 '경쟁'을 핑계로 기존 금융사 기득권과 상위 핀테크 업체가 가진 힘의 논리를 방치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내년 초 출시를 앞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속도전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준비 단계에서 '표준 API' 논의가 불거지며 난항을 겪었다. 정보를 더 달라는 플랫폼 업계와 충분히 줬다는 보험업계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결국 '내년 초 출범'이라는 마감에 쫓겨 보험업계 안 대로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플랫폼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비교·추천 서비스가 제시하는 보험료와 실제 가입 보험료가 차이나는 것이다. 애써 시작한 서비스가 신뢰도 문제로 홍역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더 세심하게 준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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