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없이 민간 재원을 모아 하위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민간 벤처모펀드(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 제도가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민간 주도 벤처투자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처음 도입하는 제도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세제 혜택 뿐만 아니라 추가로 내놓을 유인책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간 벤처모펀드 등록요건과 투자비율 등을 규정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재정이나 정책금융 출자 없이 민간 출자금만으로 펀드를 조성해 하위 벤처펀드(자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펀드를 의미한다.
중기부는 시행령을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 출자금 총액의 60%를 자펀드에 의무 출자하도록 하고, 출자금 총액을 최소 1000억원으로 규정했다. 운용 자율성을 높이고, 소규모 펀드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앞서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민간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경우 최대 8%까지 세액공제하고, 모펀드 운용사의 자산관리·운용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민간모펀드 결성의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세제 혜택 수준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서다. 벤처투자업계는 가뜩이나 시장 위축으로 인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000억원 이상을 모펀드를 위해 출자해달라 요구하는 일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출자기관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큰 유인책이 없는 모펀드 결성을 위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산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차전지 분야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은 이미 한국성장금융을 위탁운용사로 삼아 모펀드에 출자하고 있다. 모펀드 결성규모는 1000억에 못미친다. 이미 각 기업 단위에서 직·간접으로 벤처투자하는 만큼 큰 규모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위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벤처투자 특성상 투자전략 노출 등의 우려로 민간운용사에 대규모 자금을 맡기는 일에도 소극적”이라면서 “산업계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나마 민간모펀드에 참여할 여력이 있다고 꼽히는 건 금융사다. 자금 조달능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여타 창업투자사나 벤처캐피털(VC) 대비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운용이 가능해서다. 중기부가 모태펀드 수탁은행 선정 과정에서 민간모펀드 출자 등 벤처투자 활성화 계획을 제시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 민간모펀드에 참여할 가장 유력한 금융사로 꼽힌다. 실제 신한자산운용을 통해 민간모펀드를 이미 운용하고 있는데다,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조합 수탁 업무까지 수행하며 벤처투자시장에 전략적으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이번 모태펀드 수탁은행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모태펀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역시 이번 입찰에 적극 관심을 보였다.
중기부도 이렇다 할 추가 유인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 투입을 통해 2조원 규모로 결성할 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민간모펀드 매칭을 설계하고, 민간모펀드 출자자 지분을 모태펀드를 통해 유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매력적인 유인책이 되긴 어렵다는게 업계 분위기다. 금융계 VC만 좋은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 사례가 없는 새로운 방식이다 보니 민간모펀드 제도와 혜택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민간 벤처모펀드 물꼬만 잘 트이면 추가 결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VC업계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