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에선 작년 신인왕으로 데뷔한 이예원이 최종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주류사가 주최사인 만큼 특별한 우승 세리모니를 진행한다. 자사 대표 주류 제품을 2.5리터 크기의 우승컵에 부어 우승자가 마시는데 올해 대회에선 켈리 페트병 1.6리터를 부어 우승주로 썼다. 작년 대회에선 테라와 참이슬을 섞은 이른바 '테슬라주'가 우승주로 쓰이기도 했다.
얼마 전 끝난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LG트윈스가 우승하면서 축하주로는 샴페인 '골든블랑'이 선정됐다. LG트윈스의 축하주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다. LG트윈스가 1994년 두 번째 우승하면서 타계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세번째 우승을 염원하며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고급 시계를 선물로 준비했다. 이후 29년 동안 좀처럼 축배주를 들지 못하다 올해 우승하며 염원을 이룬 것이다. 증류식 소주인 아와모리 소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 증발하는데 이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흘러 남아있는 양이 없다는 소문을 낳기도 했다.
다양한 스포츠 대회에서 승리를 할 때 축하의 상징적 의미를 담아 '샴페인을 터트린다'는 표현을 쓴다. 샴페인은 프랑스 동북부의 상빠뉴(Champagne) 지역의 영어식 발음으로 로마인들이 썼던 라틴어인 캄파니야(Champania) 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이 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명칭을 붙일 수 있다.
초창기 샴페인은 지금처럼 '펑 소리'가 나는 탄산을 머금은 와인이 아니었다. 상빠뉴 지역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와인이 스스로 깨지는 일이 반복됐고 당시엔 이를 '악마의 술'이라 부르며 터부시하기도 했다. 이를 1700년대 와인 담당 수도자인 피에르 페리뇽 수도사가 탄산을 담은 와인으로 개발하면서 오늘날 즐기는 샴페인이 탄생했다.
역사적인 의미와 달리 해석돼 축하주로 사용되는 와인도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샤토네프 뒤파프'는 교황이 왕권에 밀려 아비뇽으로 거처를 옮길 때 교황을 기리기 위한 의미로 만들어졌다. 이 와인은 13종의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것이 특징인데 이를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십이란 의미를 담아 승진 축하주로 쓰인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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