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1일 펼쳐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선거 책임론을 두고 내홍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12일 새벽 12시30분께 개표율 91.68%인 상황에서 12만 6556표로 56.91%를 얻어 남은 결과에 상관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8만 6837표로 39.05%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두고 예측이 분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두 자릿수라는 큰 차이로 완승함에 따라 정치권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이는 이번 선거가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보궐선거임에도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뒤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는 과정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다. 득표율 차이에 따라 패배한 쪽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사실상 전략공천하며 진용을 꾸렸다. 진 후보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추가 공모 절차로 신청받은 인물이다. 당시 공관위는 후보 자격 기준을 기존 '6개월 이상 권리당원'에서 '현재 권리당원'으로 완화하는 등 전략 공천 의혹이 일었고 내부 반발도 예상됐다. 그러나 진 후보는 경쟁자들을 한 명씩 찾아가며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 대부분이 캠프에서 활약하며 그를 물심양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던 김태우 전 구청장이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뒤 재출마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치렀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김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비쳤다. 결국 '경찰 차장 대 검찰 수사관의 대결'이 완성되며 여당에 불리한 구도가 됐다.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둠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 책임론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를 향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김 후보를 공천한 것이라는 분석 속에 수도권 위기론을 기반으로 한 비윤(비 윤석열)계 정치인들의 비토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선거 책임론 확산 차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철규 사무총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김 후보 개표 상황실에 방문하지 않았다.
선거 패배의 책임이 국민의힘 지도부로 흐르면 지도부 총사퇴를 바탕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원장에는 권성동 의원과 권영세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후보군이다. 다만 이들이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탓에 비대위원장을 두고 당내 샅바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2년 전 4·7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3연패에서 탈출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승리로 인해 민심이 확인된 만큼 이 대표를 앞세운 친명(친 이재명)계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 이재명)계 축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압승에 따라 자만심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궐선거 결과에 도취해 자칫 총선 판세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본지와 만나 “큰 승리를 거뒀다고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민심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