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퇴직 간부가 100억대 재산을 과시한 손녀의 '돈 자랑'으로 부정 축재가 들통나 재산을 몰수당했다.
11일 중국 환구시보 영문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선전시 감독 당국은 당규와 법률에 따라 지난 2007년 은퇴한 중겅츠 선전시 전 교통국 화물관리국 국장의 당적을 박탈하고 그가 부정 축재한 재산을 몰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겅츠의 부정축재가 은퇴 16년 만에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그의 손녀가 온라인에서 돈 자랑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겅츠의 손녀는 '북극메기'라는 이름으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였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진으로 팔로워를 모은 북극메기는 올해 초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다.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국민들을 착취해도 되는 대상으로 비유한 이 말을 일부 네티즌들이 지적하자 그는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며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뻔뻔하게 맞받아 쳤다.
이에 공분한 네티즌들은 그가 과거 올린 사진들과 글을 토대로 신상 찾기에 나섰고, 할아버지가 지난 2007년 은퇴한 중겅츠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지난 3월 그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과 함께 “재산을 불법으로 축재한 것 같다”고 글을 남긴 것이 단서가 됐다.
그는 당시 “집안의 재산이 아홉 자릿수(1억 위안; 우리돈 183억원)다”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중겅츠는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하다”며 즉각 반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진상 조사에 나섰던 선전시 교통당국은 조사 6개월 만인 지난달 갑자기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당국의 입장이 중겅츠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으로 비치자 다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당국은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인민일보 등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메기 한 마리가 대어를 낚았다”고 표현하며 “은퇴를 했더라도 부패에 연루되었다면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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