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답변이 본질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가 지난 11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를 보고 전한 촌평이다.
지난 국감에서 주된 쟁점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었고, 야당은 삭감된 예산안이 적절하고 충실한 검토를 거쳐 도출된 것인지를 중점해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배후에 대통령의 독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파고들었다.
야당으로써 던져야 할 질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질문'도 함께 던졌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비롯한 R&D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 말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선 필요성을 재기했지만, 전체 야당 의견의 일부였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와 여당은 전정부 시기 과도한 예산 확대가 이어졌고, 그동안 연구현장에 그릇된 행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예산 삭감을 옹호했다. 연구현장에 전적인 책임을 지운 것이다.
현 PBS 제도의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옳지 않다. PBS는 R&D 예산을 관리하는 한 방식이다. 출연연은 이름처럼 정부출연금을 받기도 하고, PBS 과제를 수주해 연구활동을 이어간다.
출연금이 부족한 기관들은 과제 수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PBS 비중이 클 수록 그에 따른 해악이 확대된다.
무엇보다도 수주 경쟁에 연구자를 내몬다는 것이 큰 해악이다. PBS의 근간은 경쟁인데, 연구역량만으로 수주를 따낸다는 것은 동화 속 얘기다. 현실적으로는 과제책임자 인맥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일각의 주장대로 연구 현장 카르텔이 정말 실존한다면, 그리고 이런 측면을 카르텔로 본것이라면 그 책임을 연구 현장에만 씌울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이는 역대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할 성격의 것이다. 개선 요구가 오랫동안 빗발쳤던만큼 비단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나서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야당이 앞서 PBS 개혁 기치에 불을 당겨주기 바란다.
정부도 보조를 맞춰 줘야 한다. 연구현장 비효율 개선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적극적이지 않은가. 그 의지가 정말 명확하다면 예산 숫자 조정, 사업 쳐내기에만 골몰하기보다 PBS 문제에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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