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물류업계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에 뛰어든다. 기업간거래(B2B) 운송 영역인 미들마일은 37조원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에도 대부분 계약이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축적한 디지털전환(DX) 역량을 앞세워 화물중개 시장 플랫폼화를 이끌고 3년내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를 선보였다. 화물잇고는 화물 운송을 의뢰받아 차량을 배차하는 주선사와 이를 운송하는 차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화물 접수부터 배차, 운송, 정산, 거래처 관리 등 화물 중개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임장혁 LG유플러스 기업신사업그룹장(전무)은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라스트마일과 달리 미들마일은 아직까지 전화 접수와 수기 방식 업무가 만연한 아날로그 시장”이라며 “여러 업체가 진출했지만 아직 선도 사업자가 없는 만큼 축적한 DX 기술로 시장 비효율과 정보 비대칭을 개선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커넥티드카,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자율주행 등 기존 B2B 모빌리티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미들마일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 배차와 실시간 운송관제를 통해 공차율을 최소화하고 주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DX툴을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 도입이 요구되는 시장인 만큼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예측을 통한 맞춤 배차와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제공해 차주 편의를 극대화한다. 신한카드와 손잡고 화물운송료 전용 결제카드를 도입해 익일 정산도 보장한다.
LG유플러스 참전으로 미들마일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들마일 중개 플랫폼 화물마당 지분 49%를 인수해 화물운송 시장에 진출했다.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닌 주선사와 차주를 매칭한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와 사업모델이 유사하다. 물류 터줏대감인 CJ대한통운도 미들마일 플랫폼 '더 운반'을 운영 중이다.
경쟁 통신업체들도 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미들마일 중개 스타트업 YLP를 인수 '티맵화물' 서비스를 내놨다. KT 역시 물류 자회사 롤랩을 통해 지난해 화물 중개·운송 플랫폼 브로캐리를 출시했다. 이달 기준 220개 이상 중대형 고객사와 1만명이 넘는 차주 회원을 확보하며 순항 중이다.
이들이 뛰어드는 것은 시장 규모와 성장성 때문이다.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37조원에 육박하며, 이는 쿠팡, 네이버 등 e커머스 기업이 경쟁하는 7조원 규모 라스트마일보다 5배 큰 시장이다. LG유플러스는 후발주자인 만큼 협업 시너지로 차별화를 꾀한다.
임 전무는 “화물 중개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주선자를 참여시켜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주가 모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네트워크 장비·디바이스 등 자체 물동량이 많은데다 LG그룹사와도 물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시장에서 탄탄한 수요층을 가진 강동물류, 디버 등을 파트너사로 확보하고, 당분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서비스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용률을 높여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3년 내 매출 1500억원을 달성, 플랫폼 회사 전환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