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민간인을 위한 구호 물자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CNN, 중동지역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부 이날 오후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잠정 집계한 사망자는 200~300명,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밝힌 사망자는 500명이다.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하레츠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2008년 이후 가장 피해가 큰 이스라엘군의 공습이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을 어기고 의료시설을 공습했다며 강력 규탄했다. 공격을 받은 병원은 가자지구 북쪽에 위치한 병원 스무 곳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환자들의 위중한 상태와 대피소 부족으로 대피 명령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병원에 대한 공격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학살한 이번 공격에 충격을 느낀다.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 인도법에 따라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스라엘은 또 다른 테러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무장세력 간 교신을 확인했다”며 감청한 통신 여상과 음성을 공개하고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는 점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성명에서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가자 지구 병원을 공격한 것은 야만스러운 테러리스트들이지 이스라엘방위군이 아니다”며 “그들은 우리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고, 자신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살해한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폭격 전후 영상을 공개하며 공습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한편, 이 같은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일어났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군의 '병원 대학살'이라고 지칭하면서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어 18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 이집트, 팔레스타인, 요르단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이스라엘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이스라엘로 가는 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이스라엘 “이슬라믹 지하드 소행” 책임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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