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주목받고 있다. 인류는 ESG를 하나뿐인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있고, 기업에 ESG 경영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본지는 지구온난화가 야기할 인류 대재앙을 막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게임체인저 'ESG 테크'를 발굴하고자 'ESG 테크 포럼'을 기획했다. 초거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이차전지, 원전, 재생에너지 등 첨단기술을 융복합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했고, 2025년부터는 ESG 공시를 의무 적용한다. 포럼 참석자들은 국내외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ESG 규제는 위기이지만 시장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했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 커지고 있지만,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해 ESG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고 입을 모았다. ESG는 우리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을 보장하는 보편적 가치인 만큼, 정권의 변화를 넘어설 수 있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ESG 테크 강국'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ESG 테크 전략'을 가늠해봤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법무법인 원이 공동주관한 '2023 ESG 테크 포럼'이 법조, 회계, 학계, 기업, 정부, 투자 등 각분야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ESG 확대 리스크와 산업 대전환 전략'을 주제로 23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후원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ESG △CE100(무탄소 100% 사용)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금융위원회가 준비 중인 녹색금융 강화 정책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과 투자기관 의사결정기준에 ESG 평가가 반영되고 있는데 'E' 즉, 기후와 환경분야는 법적 준수 차원으로 강화돼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나 입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수출이 중단될 수도 있다”면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녹색산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금융 확대 정책 윤곽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리스크 확대…“EU 공급망실사·OECD 가이드라인·ISSB 공시의무 등 기업 압박”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EU가 역내외 기업에게 요구하는 '공급망 ESG 실사' 사례를 중심으로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ESG가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오 변호사는 “(EU와 거래하는) 기업은 근로자와 자회사 행동강령, 실사 접근방식, 이행 프로세스 등 실사 내용을 기업정책에 반영하고 매년 업데이트해야 한다”면서 “환경과 인권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완화, 최소화, 제거하는 적절한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협력사와 실사준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실사가 원활하지 않는다면 관계가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ESG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재무위험으로 시작해 평판이 나빠지고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건형 경기대 교수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강화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소개했다.
OECD는 다국적기업의 활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운영 중이다.
안 교수는 “OECD가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권고사항을 추가하고 공급망 실사의무 범위도 생물다양성, 산림파괴, 동물복지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기업책임경영(RBC) 정보공개 과정에서 지배구조 규정 등 구체적 예시를 추가하고 모든 형태의 부패에 대한 실사 권고사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CED는 국가연락사무소(NCP)의 분쟁해결 메커니즘 실효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 다국적기업를 대상으로 NCP 실제분쟁 사례나 해외 입법동향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잠재적 피해를 예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재흠 EY한영 ESG임팩트허브 총괄리더(전무)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SG 공시제도'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ISSB가 2026년부터 공급망·소비처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공개를 의무화하며 ESG 공시규제를 강화하고 투자 기관이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지난해 EY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 투자 의사결정에 기업 ESG 공시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볍한 투자기관 비율이 99%에 달하고 그중 74%는 기업 ESG 요소에 대한 자세하고 체계화된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투자기관 73%는 투자 의사결정에 반드시 필요한 재무 및 ESG 공시 정보를 모두 포함해 고도화된 보고를 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기관 76%는 기업들이 공개할 저보를 매우 선별적으로 선정하고 있어 그린워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면서 “기업의 단기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사업과 유관한 이슈에 투자해야한다고 응답한 투자기관이 78%인 반면 기업은 55%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청중들은 협력업체, 물류, 제품 사용·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포괄하는 '스코프3' 실사 방법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오 변호사는 “스코프3 공급망에 속하는 중소기업들이 ESG데이터, 가령 탄소발자국 정보를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그나마 측정을 시도하는 기업도 엑셀 표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실정”이라면서 “전사자원관리(ERP) 등 소프트웨어에 ESG 데이터 관리 기능을 탑재해 주먹구구로 집계되는 정보를 디지털 전환함으로써 정보 신뢰성,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그린워싱 이슈도 선제적으로 대응·예방할 수 있다”고 답했다.
◇ESG 시장 선점…“테크기업·투자기관·탄소중립 이행기업, 탄소크레딧 활성화”
안상전 에코아이 상무는 ESG테크 기업을 육성하고 탄소크레딧을 활성화해 ESG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ESG시장을 선점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지난 4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했고 파리협정 6조 사업을 통해 발행된 배출권은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나 정부 국제감축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안 상무는 “국제탄소시장 연계사업은 탄소중립 이행 기업, 기후테크 업체, 배출권 투자기업 등 이해관계자 간 상생이 가능하다”면서 “수익창출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지속가능성 목표 충족을 정부 또는 유엔(UN) 등 국제기관을 통해 입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권 투자기관은 감축사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넘어 잠재적 기후테크 기술에 간접투자를 할 수 있고,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기후테크 기업은 상쇄배출권을 잠재고객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상쇄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해 투자유치를 할 수 있다. 탄소중립 이행기업은 감축설비 투자부담을 덜고 애플 등 글로벌 바이어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안 상무는 “투자기관은 기후테크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배출권을 할당받을수 있고, 기후테크 기업은 개발된 기술을 탄소중립 이행기업에 제공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투자기관은 탄소중립 이행 기업의 감축사업에 투자하고 배출권을 사들일 수 있고, 투자기관은 배권을 국제탄소시장에 내다 팔고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