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벌규정 적용땐 카뱅 지분 처분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관련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SM엔터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핵심관계자를 넘어 창업자까지 일파만파 확산일로다.
김범수 전 의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 출석해 주가 시세조종 의혹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 인수 당시 관련 사안을 지시·보고받거나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추가 질의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금감원 내부로 들어갔다. 만약 김범수 전의장과 경영진이 처벌받을 경우 양벌 규정에 의거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법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나오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 결정을 내리게 된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결정되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만약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어지고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금감원의 수사 핵심은 시세조종에 동원한 자금이 카카오의 자금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세 조종을 법인이 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카카오·에스엠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지난 4월 말 공정위에 에스엠 주식 취득과 관련해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앞서 서울 남부지검은 배재현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 계열사 임원 2인의 경우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금감원 특사경은 범죄 혐의 내용이 중대해 보강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사경은 이들이 올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시세 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특사경은 또 시세조종 외에도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조사로 금감원의 수사 칼날은 카카오 최고 경영진을 넘어 창업자까지 겨누는 모양새가 됐다. 잇따른 카카오발 리스크 관리 부재로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카카오 주가는 이날 개장 직후 3만81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