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R, 유럽 CE 인증기관 'GCB' 폴란드에 직접 설립…韓 최초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 폴란드에 유럽 CE인증을 직접 부여하는 핵심 거점을 구축했다.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종합인증기관'을 설립했다. CE인증 취득 부담이 컸던 한국 수출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R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글로벌 종합 인증기관 'GCB'(Global Certification Body)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현철 KTR 원장(맨 오른쪽)과 아담 소반카 GCB 대표(맨 왼쪽) 등 관계자들이 GCB 현판식 후 기념촬영했다.
김현철 KTR 원장(맨 오른쪽)과 아담 소반카 GCB 대표(맨 왼쪽) 등 관계자들이 GCB 현판식 후 기념촬영했다.

GCB는 KTR과 폴란드 인증컨설팅 기관인 MDRR이 합자해 설립했다. 대주주는 KTR이다. 김현철 KTR 원장이 이사장, 아담 소반카 MDRR 이사가 대표이사를 맡는다. 신창훈 부대표이사를 포함, 총 8명 직원으로 시작해 2026년까지 33명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현철 KTR 원장은 “GCB는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이 투자해 설립한 첫 글로벌 종합 인증기관”이라면서 “의료기기, 탄소중립, 이차전지 등 주력 사업 분야의 유럽 수출 지원 교두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CE인증 획득, 현지서 직접 제공

우리나라 기업이 유럽에 제품을 유통·판매하려면 반드시 CE인증을 받아야 한다. CE인증을 수행하는 인증기관(NB)은 EU 규정에 따라 반드시 유럽에 있어야 한다. 한국 기관들이 유럽 내 NB 기관과 협력해 간접적으로 CE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온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NB 기관은 지역 내 기업과 기존 고객에 우선으로 CE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유럽 이외 기업이나 신규 고객은 인증 획득 과정에 더 많은 시간·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KTR이 설립한 GCB는 CE 인증기관으로 한국 기업에 직접 CE인증을 부여하게 된다. 수출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언어장벽과 중복시험 등 애로까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최다 한국인정기구(KOLAS) 지정 범위를 가진 KTR의 시험 인프라를 활용해 CE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CE인증 각 분야에 대한 인증 권한을 취득해 '종합인증기관'의 위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선 6개월 이내에 기계 분야 CE인증 권한을 획득하고 △전기·전자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탄소중립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의료기기·탄소중립 등 주력

GCB는 유럽 내 공장 설립에 필요한 기계 설비와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인증 등으로 한국기업의 유럽 직접 진출을 지원한다. 폴란드, 헝가리 등지에는 이차전지 공장과 자동차 부품기업을 중심으로 한국기업 진출이 활발하다.

유럽 의료기기 CE인증(CE MDR) 서비스에도 집중한다. 현재 유럽 내 의료기기 인증기관은 40여곳에 불과하다. 한국의 CE인증 희망 의료기기 제조사 500여 곳 가운데 40여개 정도만 CE MDR 인증을 받았다. GCB는 오는 2027년까지 의료기기 CE MDR 기관지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강화되고 있는 유럽의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제품 전주기 환경평가와 유럽 배터리법 규제 대응 솔루션도 제공한다. 또 사이버보안, SW 등으로 지정 범위를 확대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기업의 유럽 SW 시장 진출도 돕는다. 이를 위해 판교 KTR SW센터 등 한국 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GCB가 입주한 바르샤바 비즈니스센터 전경.
GCB가 입주한 바르샤바 비즈니스센터 전경.

○…인터뷰/김현철 KTR 원장

김현철 KTR 원장은 GCB 개소와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주인공이지만, 시험인증기관은 그렇지 못했다”며 “GCB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이 해외에 설립한 첫 글로벌 종합시험인증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KTR 원장
김현철 KTR 원장

GCB 이사장을 맡은 김 원장은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새로운 의료기기 규정(CE MDR)을 시행하고 있지만, 관련 인증기관은 매우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을 하루빨리 돕기 위해 GCB 설립을 서둘렀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GCB 설립 자체보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 중요하다며 GCB가 유럽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 기업과 현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오는 2032년까지 GCB에서만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GCB 업무 관련 KTR 신규 매출을 합해 총 1400억원 이상 누적 매출을 올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인증기관으로 자리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한국 시험인증 산업에도 큰 의미를 갖는 도전인 만큼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GCB를 세계적인 인증 기관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