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숙원이던 인증중고차 사업이 본격화했다. 캐피탈업계가 주도하던 중고차 금융 시장에 초대형 완성차 업체가 진출했다. 현대차그룹의 파워는 막강하다. 인증중고차 사업이 시작되면 현대캐피탈 중고차금융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캐피탈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내비친다. 국내 신차 점유율 90%에 육박하는 현대차그룹이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의 중고차를 판다면 신차는 물론 중고차금융 시장까지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캐피탈사가 주도했던 중고차 시장은 이미 '레몬마켓'으로 불리며 소비자 불신이 컸다. 캐피탈업계는 높은 금리와 사후관리 부재, 부실한 자동차 금융상품 판매 등으로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주행거리가 조작되는 등 문제가 있는 차량이 실제 유통되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허위매물 문제에 캐피탈사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금융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물론 캐피탈사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앱과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로 각각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 서비스 역시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차량 관련 문제를 미리 진단하고, 일종의 보증기간을 제공했다. 이런 노력에도 정보비대칭에 따른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중소 캐피탈사는 사채업자와 다를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소비자 신뢰 추락으로 결국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인증중고차를 통해 출고기간 5년·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매입해 차량 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 작업을 한 후 품질 인증마크를 부여해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캐피탈사는 사실상 비상사태다. 현대차가 자사 자동차를 매입·판매해 보증기간까지 부여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상 신차 구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캐피탈업계는 유관 시장에서 강력한 현대차그룹과 경쟁해야 한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신차 부문에서 막강한 브랜드파워와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 캐피탈업계도 유관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상생, 혹은 혁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대차그룹 또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중고차 시장에서 메기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대립과 반목이 아닌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을 만드는데 경쟁과 상생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미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막을 수 없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캐피탈사에게 또다른 혁신을 불어오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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