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규제 혁파' 외치는데…與 의원들은 국감장서 '스타트업 때리기'

10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 여당 의원들로부터 나오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 개별 의원들 주장으로 축소하는 분위기다.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더 강력한 행정 제재보다는 신규 기업의 실수로 봐줘야 한다며 행정처분으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올해 6월 개인정보 수집·보관 위반을 이유로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 5410만원과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한 개보위의 처분을 지적한 것이다. 스타트업 봐주기 대신 검찰 고발 등 더욱 강력한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삼쩜삼에 대한 개보위의 과징금 부과 당시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스타트업의 신규 사업을 사실상 인정했다며 오히려 환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스타트업·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국회 유니콘팜은 당시 개보위가 주민번호 보관문제만 제재하고 세무대행을 위한 주민번호 처리를 금지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직역 단체와의 마찰이 일어났던 지점인 민감정보 처리 부분에서 사실상 스타트업의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행정제재를 재검토할 경우 이에 대한 판단도 다시 받아야 할 공산이 크다.

특히 김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오히려 단순 개인정보 보관을 넘어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났던 대기업 LG유플러스에 대한 처분의 경중은 언급하지 않았다. 개보위는 지난 7월 19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LG유플러스에 과징금 68억원과 과태료 2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여당 의원이 비교적 무거운 처벌을 받은 대기업 사례는 그대로 둔 채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재를 받았던 스타트업만 언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 의원들의 스타트업 때리기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삼쩜삼을 타겟 삼아 “기존의 과세자료는 납세자의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과세당국이 정보의 제3자 제공이나 누출을 금지하고 국회도 개별 과세정보 접근을 거부당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그러나 '삼쩜삼' 세무 플랫폼의 홈택스 접근의 경우에는 국세청의 단속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삼쩜삼 AI 플랫폼과 사무직원 세무자격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며 이들이 민감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의 감시체계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민감정보 감시는 사실상 개보위 소관인 데다 감시 체계 작동으로 지난 6월 시정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의원이 국세청에 과도한 규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요구가 나올 때마다 사실상 직역단체 등을 대변하는 등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사실상 비슷한 장면이 재연된 셈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의 이러한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드라이브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로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고 변호사 탈퇴를 요구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및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상대로 과징금 각 10억원씩 총 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도 지난달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가 변협에서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윤석열 정부가 직역단체 대신 혁신 서비스업체의 손을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당 역시 규제개혁추진단을 설치하는 등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춰왔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의 국감 발언은 로톡·삼쩜삼·닥터나우 등 혁신기업과 갈등 관계에 있는 직역단체의 주장과 맥을 같이 같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대한 여당의 입장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삼쩜삼과 대척점에 선 한국세무사협회는 김희곤·김영선 의원 등의 국감 발언이 실린 언론기사를 홈페이지 내 '언론 속의 세무사회' 코너에 소개하는 등 이를 여론전에 활용했다. 여당 의원들이 직역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개별 의원들의 입장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규제 개혁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다 헌법기관이어서 입장 차가 있다”면서도 “로톡 문제 등도 여당과 법무부 등이 어려운 부분을 잘 풀었다. 산업단지 규제나 외국인 노동자 등 상당 부분 규제를 걷어냈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와 다르게 윤석열 정부는 규제 개혁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