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유엔(UN)의 세계인구전망에서 지구상에 살고 있는 전세계 인구는 80억5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인류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300~400만 년 전에 인류의 조상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매우 오래된 시간을 거쳐 인류는 사회를 형성하고 수많은 진화와 문화적 발전을 이루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도구와 불 사용이 등장했던 원시 시대를 지나 다양한 문명이 형성됐던 고대 문명 시대, 그리고 성직자와 귀족들이 사회를 지배했던 중세시대를 거쳤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과 같은 유럽 국가들이 대서양을 넘어 세계 각지를 탐험했다. 기술적 발전과 함께 세계 여러 지역과 문화를 연결시키는 대항해 시대를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를 제패했다. 그 후 산업혁명을 거쳐 과학과 기술의 발전, 정보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데이터 기반의 기술혁신으로 변화시키는 디지털 대항해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다시 말해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든 정보와 지식이 디지털화된 디지털기술에 의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국제 사회에서 디지털대항해를 주도하는 국가가 기존 국제사회 질서를 재편하고 국제 사회에서 경쟁우위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급부상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디지털시대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기술들이 발표되면서 산업은 물론 교육, 예술 분야 등 우리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기존 생활을 통째로 바꿔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팻봇 챗GPT(Chat GPT)다.
2023년 11월 30일 공개된 챗GPT(Chat GPT)는 공개된 지 5일 만에 100만명 사용자가 생길만큼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챗GPT는 성능면에서도 인간만큼 똑똑하거나 때로는 인간 지능을 넘어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학생들과 챗GPT4에게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WSJ은 와튼스쿨 학생들이 제시한 신사업 아이디어 200개를 임의로 선택했다. 챗GPT에는 신사업 아이디어 100개를 먼저 만들게 한 뒤 과거 성공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 후 100개 아이디어를 더 제안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챗GPT는1시간 안에 200개의 아이디어를 생성했다. 평균적으로 47%의 구매 확률을 보였다. 이는 학생들이 제시한 아이디어 평균 구매 확률인 40%보다 높았다. 또 챗GPT가 제공한 아이디어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업 아이디어 40개 중에서 35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AI가 아이디어 생성과 사업 구상에서 사람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중국게임 회사 '넷드래곤 웹마스터'가 세계 최초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가상인간 '탕위'를 임명했다. 그리고 AI CEO 탕위가 기업경영을 맡은 후 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AI CEO가 회사 효율성, 위험 관리 및 의사 결정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이 집필한 챗GPT 관련 신간 서적을 증정받았다. 이 책은 11개 목차로 구성돼 있다. 겉표지를 넘기자 마자 추천사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여느 책들과 마찬가지로 명사 한 분이 써 주신 추천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 추천사를 바로 챗GPT가 쓴 것이었다. 이 책의 전체 목차와 각 장의 주요 내용에 대해 이 책의 저자가 챗GPT와 대화를 한 후 추천사를 요청해 나온 것이었다.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신인류가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주변에서 쉽게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신인류가 등장하는 시대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라는 용어로 소개했다. 여기서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신인류'를 일컫는 말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진 사람들을 가리킨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사람들이 '포노 사피엔스'가 돼 가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대항해 시대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코리아 열풍'이 불어 닥쳤다. K-팝, K-드라마, K-무비와 같은 대한민국 문화로부터 시작된 '코리아 열풍'은 문화를 넘어 K-방산, K-반도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분석한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경쟁력은 세계 62개국 중 7위이다. IMD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도 64개국 가운데 12위를 차지했다. EIU의 포용적 인터넷 지수에서 120개국 중 11위, 시스코의 디지털 준비 지수에서도 141개국 중 8위를 차지하는 등 매우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또한 OECD 국가들 가운데 인구 100명당 100Mbps 이상 고정 광대역 가입자 수가 40명으로 가장 높다. 고품질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인프라 역시 전세계 최고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활용 역량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상대국들에 비해 낮다. 디지털 경제의 활용 지표를 유럽의 20개국과 비교했을 우리나라는 평균 이하이다.
디지털대항해 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접근성에만 우수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활용 및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및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90여년전 광운학원 설립자 조광운 박사께서는 기술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당시 광운대학교의 근간이 되는 조선무선강습소를 설립했다. 우리나라가 미래에 디지털대항해 시대 주역이 될 것을 예견하고 인재 양성에 온 힘을 쏟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공학분야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광운전자공과대학을 시작으로 광운공과대학, 광운대학 , 그리고 광운대학교로 발전해 왔다.
실천궁행의 생활화로 자주자립을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인간의 보람과 가치를 이러한 생활 속에서 추구하려는 인격의 도야를 통해 인류를 밝히는 등대와 같은 인물 양성을 창학정신으로 내세우셨다. 인간을 중요시하고 인간다운 품격을 소유하며 사랑의 마음을 길러 간직해야 한다는 설립자의 교육이념대로 궁극적으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왔다.
이로써 명실공히 국내외적으로 ICT 분야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제는 디지털대항해 시대의 핵심분야인 AI 기반의 반도체, 로봇 및 차세대 통신 분야 등 초격차기술(Deep-Tech) 분야를 특성화 했다. 초융합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실현이다.
디지털대항해 시대에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지털 평생교육을 통해 온 국민의 디지털 활용과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광운대학교도 온 힘을 쏟으려 한다. 그리고 2030년에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K-디지털' 열풍을 일으켜 다시한번 지구촌을 깜짝 놀라게 하자. 대한민국 'K-디지털'호의 디지털대항해를 통해 지구촌 200여개 국가와 80억명 지구촌 시민들이 “코리아”를 환호하게 만들어 보자.
O 김종헌 총장은…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Ruhr Univ. Bochum)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와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광운대 전파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기획처장, 교무처장, 산학협력단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대외적으로는 조달청 기술평가위원, 국립방재연구원 인적재난안전기술개발사업단 자문위원, 국방기술품질원 기술전문위원, 한국정보통신기술 협회 IT표준화 전문가, 하나은행 IT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