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심리가 바닥을 친 가운데 반등 기회로 여겼던 여름 가전이 저조한 실적을 거둔 영향이 컸다. 가전 업계는 연말 성수기 진입과 내년부터 소비심리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2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9월 국내 가전제품 경상금액(총매출)은 2조5708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조7424억원) 대비 6.2% 하락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9월은 전통적으로 이사·혼수 시즌과 함께 늦여름에 따른 마지막 에어컨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사·혼수 수요가 무색한데다 에어컨 판매까지 저조하며 지난 2월(2조5173억원)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월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올해 3분기는 지난해 1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국내 가전 총매출은 8조90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1700억원) 대비 2.9% 줄었다.
이미 상반기에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가전시장의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진 것은 '3고(고금리·고환율·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며 소비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는 에어컨을 필두로 한 여름가전 성수기임에도 구매가 큰 폭으로 줄면서 반등에 실패했다. 국내 대형 가전 유통사의 여름 성수기(7~9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0% 준 것으로 파악된다.
가전 유통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을 좌우하는 에어컨 판매가 줄면서 전반적인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며 “국내 에어컨 판매는 코로나 특수가 시들해진 지난해부터 점차 줄고 있었는데, 올해 경기침체가 악화되며 부진은 심화됐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는 올 초 만해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수요회복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중동 등 지정학적 이슈가 지속되면서 연말까지 수요절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4분기에 몰린 대형 가전 유통 프로모션과 아카데미 시즌 등 성수기 수요에 주목했다. 가전 업계는 이에 대비해 이달 11일 시작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겨냥한 유통 전략을 수립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올해 인기상품을 최대 49%까지 할인하는 '삼성위크 슈퍼세일',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할인 행사인 '고객사랑 연말 감사제' 기획전에 각각 들어갔다.
역성장 폭이 조금씩 줄어든 것은 내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가전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고, 올해 1분기도 12.5%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3.9%, 3분기 2.9%로 하락률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에 최대한 수요를 회복해야 내년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소비심리 회복 전망도 강하게 제기된 데다 코로나 유행 기간 구매한 품목의 교체 주기도 다가오는 만큼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